온에어
파이낸셜뉴스
2008.03.13 17:59
수정 : 2014.11.07 10:52기사원문
친숙해서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지난 11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온에어’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중심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당초 전현직 방송 작가들이 펜을 잡고 유명 PD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하지만 명성에 못미쳤다.
게다가 전반부는 상당히 산만하다. 걸핏하면 눈요기거리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키스 시간, 선물 증정, 인기가수 초대 등 조명은 불쑥 불쑥 객석으로 날아들어 극의 흐름을 끊었다. 뮤지컬을 감상하러 온건지 라디오 공개방송에 와있는건지 아리송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보니 넘버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큰 장점이다. DJ DOC의 ‘Run to U’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진주의 ‘난 괜찮아’ 등은 전주곡만 들어도 신이 난다. 하지만 단순한 패러디로 끝나버린 게 너무 아쉽다. 코믹한 등장 인물이 톱가수의 모창을 하며 관객을 웃기는 게 전부여선 안된다. 뮤지컬이라면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히트곡들이 이야기에 녹아들어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느냐에 대해선 고개를 젓고 싶다. 방송 직전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부르는 ‘난 알아요’나 방송 중 틀어주는 ‘It’s raining’ 역시 극의 흐름에선 벗어나 있다. 재미를 위해 ‘그냥’ 넣은거다.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주크박스 뮤지컬 ‘달고나’ ‘젊음의 행진’이 1980년대까지를 그려냈다면 ‘온에어’는 그 이후의 시간을 담아낸다. 시대적인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는 ‘달고나’나 ‘젊음의 행진’에 비하자면 ‘온에어’는 아직 멀었다.
오랜 기간 대중을 상대해 온 방송 작가들과 유명 PD가 손을 잡은 만큼 이 작품은 영민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웃고 박수치는지 귀신같이 잡아낸다. 그래서 일년에 한 두번 극장을 찾는 사람에게라면 권할 만하다.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는 사람들의 맘을 사로잡긴 어려울 것 같다. 아마 몇몇 관객은 나처럼 러닝타임 내내 우울한 뺄셈을 했을 것이다. 과연 이 작품에서 히트 가요들과 여주인공 조민아의 가창력, 멀티맨 임기홍의 호연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하고 말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