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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나의 키스 더 뮤지컬] 온에어



친숙해서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지난 11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온에어’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중심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당초 전현직 방송 작가들이 펜을 잡고 유명 PD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하지만 명성에 못미쳤다.

따뜻한 성품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PD와 까칠한 인기가수가 사랑에 빠진다는 게 줄거리다. 스타가 평범한 노처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직업만 달리했을 뿐 그것도 소극장 로맨틱물의 단골 소재 아닌가. 홍영주라는 스타 안무가가 나선 것 치곤 볼거리도 빈약하다. 춤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율동 수준이다.

게다가 전반부는 상당히 산만하다. 걸핏하면 눈요기거리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키스 시간, 선물 증정, 인기가수 초대 등 조명은 불쑥 불쑥 객석으로 날아들어 극의 흐름을 끊었다. 뮤지컬을 감상하러 온건지 라디오 공개방송에 와있는건지 아리송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보니 넘버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큰 장점이다. DJ DOC의 ‘Run to U’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진주의 ‘난 괜찮아’ 등은 전주곡만 들어도 신이 난다. 하지만 단순한 패러디로 끝나버린 게 너무 아쉽다. 코믹한 등장 인물이 톱가수의 모창을 하며 관객을 웃기는 게 전부여선 안된다. 뮤지컬이라면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히트곡들이 이야기에 녹아들어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느냐에 대해선 고개를 젓고 싶다. 방송 직전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부르는 ‘난 알아요’나 방송 중 틀어주는 ‘It’s raining’ 역시 극의 흐름에선 벗어나 있다. 재미를 위해 ‘그냥’ 넣은거다.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주크박스 뮤지컬 ‘달고나’ ‘젊음의 행진’이 1980년대까지를 그려냈다면 ‘온에어’는 그 이후의 시간을 담아낸다. 시대적인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는 ‘달고나’나 ‘젊음의 행진’에 비하자면 ‘온에어’는 아직 멀었다.

오랜 기간 대중을 상대해 온 방송 작가들과 유명 PD가 손을 잡은 만큼 이 작품은 영민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웃고 박수치는지 귀신같이 잡아낸다. 그래서 일년에 한 두번 극장을 찾는 사람에게라면 권할 만하다.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는 사람들의 맘을 사로잡긴 어려울 것 같다. 아마 몇몇 관객은 나처럼 러닝타임 내내 우울한 뺄셈을 했을 것이다. 과연 이 작품에서 히트 가요들과 여주인공 조민아의 가창력, 멀티맨 임기홍의 호연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하고 말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