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튼’ 보이지 않는 세계에도 생명이..
파이낸셜뉴스
2008.05.01 18:54
수정 : 2014.11.07 06:07기사원문
‘닥터 수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동화작가 테오도어 수스 가이젤(1904∼1991)은 아이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꽤 친숙한 이름이다.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이 있는 집은 대개 그의 동화책을 한글 번역본이나 영문본으로 한 두 권 쯤은 소장하고 있게 마련이다.
‘21세기의 안데르센’으로 통하는 닥터 수스의 동화책은 영화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다. 짐 캐리가 녹색 괴물로 등장하는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와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분장한 ‘더 캣(The Cat In The Hat)’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그린치’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의 배경은 덩치 큰 코끼리 호튼이 살고 있는 ‘눌루랄라 정글’과 작은 티끌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 마을(Whoville)’. 어느 날 먼지보다 작은 티끌 속에서 들려오는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를 듣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호튼은 우리가 사는 세상 말고도 또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정글 친구들은 그런 호튼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허튼 소리나 하고 다닌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던 캥거루는 급기야 호튼 몰아내기에 나서고 왕따가 된 호튼과 누군가 마을 사람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과연 호튼은 위기에 몰린 누군가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결말은 모든 사람들이 예측하는 그대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누군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소리를 질러대고 드디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 정글 속 동물들은 극적으로 화해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에도 생명이 있다’거나 ‘나와 다른 것들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적 메시지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재미있는 것은 누군가 마을에 대한 상상력 넘치는 묘사다. 티끌 속의 누군가 마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흡사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언뜻 보면 테마파크에 조성된 장난감 마을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마을은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이다. 누군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장(Mayor)을 비롯해 그의 96명이나 되는 딸, 유일한 아들 조조, 누군가 마을의 과학자 마리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스 에이지’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이번 작품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인 짐 캐리(호튼 역)와 스티브 카렐(시장 역)이 목소리 연기자로 나서 재미를 더한다. 또 국내 더빙판에는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차태현과 개그맨 유세윤이 각각 호튼과 시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들 손잡고 함께 볼만한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1일 개봉.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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