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숭일 테스 대표
파이낸셜뉴스
2008.08.03 21:35
수정 : 2014.11.06 07:55기사원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비싼 돈을 들여 해외 장비회사들의 제품을 수입해 쓰는 것이 늘 의문이었다. 그래서 현재 테스의 가장 큰 목표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회사가 되는 것이다.”
2002년도에 테스(TES)를 설립,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주숭일 대표(사진)가 밝힌 포부다.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의 반도체가 외국 기계의 힘을 빌려 ‘반쪽짜리 생산체계’를 유지해왔다면 테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반도체가 토종 생산설비로 탄생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시장 구조조정, 테스 탄생의 밑거름
테스(Technology Engine of Science)를 설립한 주숭일 대표는 1975년 9월 삼성반도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반도체 1세대 출신이다. 주 대표는 삼성반도체 제조기술팀장을 거쳐 현재의 KEC반도체인 한국전자에서 생산·기술 담당을 맡았다. 그리고 83년부터는 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생산총괄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이 입사 동기이고 삼성LCD 이상환 총괄사장이 1년 후배이다.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반도체 생산 회사들이 원가절감과 인력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했고 하이닉스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면서 “오래된 유휴 장비를 고치면 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새 장비로 탄생되고 회사들도 새 장비를 쓰는 것보다는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13명의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노후된 기존 장비를 리모델링해 새 장비와 성능이 비슷한 장비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현재 테스가 만드는 장비를 업계에선 리젠(Regen), 즉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 장비로 분류한다.
주 대표는 “리젠은 단순히 기계를 고쳐쓰는 수준이 아닌 재탄생을 의미한다”며 “리젠장비는 유사 기능을 가진 신제품에 비해 성능은 전혀 차이가 없는 대신 가격이 40%가량 저렴하고 해외 외산제품의 납기(4개월)보다 절반가량 절약되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 겨냥
일반적으로 제조회사들의 거래처가 특정 회사에 치중된 것과 달리 테스는 국내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 고른 매출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주 대표가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이닉스의 임원을 거친 경력을 보면 이런 구조가 당연한 듯 보이지만 경쟁회사가 같은 생산장비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주숭일 대표는 “당초에는 하이닉스에 독자적으로 장비를 공급했지만 향후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의 비용 절감 노하우를 파악해보니 한 대에 수십억원 하는 장비를 우리 회사의 리젠장비로 활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아 삼성에도 납품을 시작하게 됐다”며 “물론 삼성전자에서 인생을 첫 출발한 경력도 활로 개척에 다소 도움이 됐다”(웃음)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업체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매출비중이 약 절반씩 차지할 정도로 고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주 대표의 다음 목표는 세계다. 세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을 다시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1000만달러 규모의 공급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고 싱가포르, 대만 등에도 장비 공급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해외 매출비중이 국내를 넘어서 55% 수준에 이르렀고 연말까지 가면 해외 비중이 60%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숭일 대표는 테스를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장비회사로 키워 미국과 일본의 세계적 반도체 회사들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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