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끝 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파이낸셜뉴스
2008.12.21 16:54
수정 : 2008.12.21 16:54기사원문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u-로봇연구본부. 요즘 이곳 직원들은 새로운 한국형 로봇 플랫폼 개발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플랫폼이 개발되면 지금까지 지능형로봇 개발업체들마다 서로 달랐던 로봇용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이 하나로 통일될 수 있게 된다.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훈 지능로봇제어연구팀장과 김형선 u-로봇서버연구팀장은 “로봇 플랫폼 개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플랫폼이 개발되면 우리나라 로봇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u-로봇연구본부의 모토다. 올해 지식경제부 설립과 함께 조직을 개편한 ETRI는 지능형로봇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u-로봇연구본부를 신설했다. 본부 산하에는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팀, 지능로봇제어연구팀, u-로봇서버연구팀, 매개인터페이스연구팀, u-시티 로봇연구팀 등 5개팀에 62명의 탄탄한 연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능형로봇 원천 기술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지능형로봇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일명 미들웨어)을 비롯해 사람과 로봇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매개해주는 기술 및 핵심소자, 첨단 도시인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로봇 서비스 시스템, 견마형 로봇을 위한 원격통제 장치 및 무선통신장치 등 다양한 원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실감원격교육을 위한 텔레프레즌스 교육로봇, 수중탐사로봇 등 상업성이 떨어져 민간 기업들이 아직까지 개발에 착수하지 못한 로봇 개발에도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로봇기술 표준화 위해 ‘비지땀’
우리나라 지능형로봇 산업이 발달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원천기술과 첨단 부품소재 기술이 필요하다. ETRI의 지능형로봇 표준 플랫폼 개발은 원천기술 개발 일환이다. 특히 지능로봇제어팀과 u-로봇서버연구팀이 개발하는 기술은 국내 표준뿐 아니라 국제 표준 제정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연구목표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지능형로봇에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하는 플랫폼, 즉 미들웨어를 정부 주도로 개발해 이를 업체들과 공유한 뒤 국가 표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기업들은 ETRI가 개발한 미들웨어 플랫폼 위에서 개별 기업들이 추구하는 서비스를 얹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연구 과정은 무척 까다롭고 복잡하다. 개별 로봇에 탑재되는 클라이언트 모듈과 중앙통제소에서 각 로봇에 명령을 전달하기 위한 서버 모델을 각각 개발한 뒤, 이를 상호 연동시키는 작업까지 완료해야 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각 로봇에 채택될 통신 모듈, 하드웨어와의 작동 호환성 체크, 영상 및 음성인식 기술 등 민간 기업들이 투자하기 힘든 규모의 돈과 인력이 투입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로봇 조기 상용화는 물론, 국제 표준화 및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ETRI의 정연구 u-로봇연구본부장은 “세계 단독보행 로봇 시장규모는 2010년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네트워크 기반 로봇 시장의 규모는 이보다 6배가 넘는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조기 상용화하면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지능형로봇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 인터페이스 기술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반 기업들도 로봇과 사람의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 제품에 탑재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응용범위가 해당 기업 등으로 제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ETRI는 사람과 지능형로봇의 매개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한 뒤 기술 원리나 특허 등을 일반 기업에 이전함으로써 산업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로봇 원천기술 개발의 산실
ETRI의 u-로봇연구본부는 올해 신설된 조직이지만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ETRI에서 지능형로봇사업단 등의 형태로 로봇 관련 원천기술을 연구해 온 역사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올해까지는 조직 정비과정을 거치느라 일부 핵심 기술 표준화 작업 등에만 신경쓸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연구분야를 확대해 중점연구 분야와 세부 개발 분야를 나누고 보다 체계적이고 핵심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원천기술 외에도 실감원격교육을 위한 상호체감형 텔레프레즌스 교육로봇, 미래 도시형 개인용 이동장치, 수중탐사로봇, 고령자 및 노약자 지원 로봇 등 민간업체들이 실험적으로 개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다양한 로봇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원활한 로봇 개발을 위해 주요 지방자치단체, 로봇 전문업체, 통신업체, 부품 개발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로봇들은 각각 건강 및 의료, 교육 및 학습, 레저 및 오락, 미래도시 시설물 관리, 해저탐사, 감시정찰 등 다양한 분야에 배치돼 테스트가 추진될 예정이다.
ETRI는 이 같은 성과물을 한·일 공동 워크숍, 하노버 전시회, 인천세계도시축전, 유비쿼터스 로봇 학회 등 내년에 개최될 다양한 행사에 소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력을 과시하고 기술을 이전받은 민간 업체들이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
정연구 u-로봇연구본부장은 “민간 분야에서 개발하기에 부담스럽거나 연구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ETRI가 담당하겠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3대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ETRI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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