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의 독립/정두언 국회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
IAEA의 기본안전원칙에는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진흥조직이나 기구와 효과적으로 독립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IAEA 주도로 96년에 발효한 ‘원자력 안전에 관한 협약’에도 “각 협약 당사국은 규제기구의 기능과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 및 진흥 등과 관련된 기구와 효과적인 분리를 보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의 제도적·실질적인 독립성 확보는 원전 보유국인 우리나라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제 규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자력법에 원자력의 이용과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무부처가 원자력의 이용과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4월 IAEA의 제3차 ‘원자력 안전에 관한 협약 이행 상황 검토회의’에서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의 독립성 부족을 지적받았다.
우리나라가 30여년 전 원자력을 처음 시작하던 때에는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고 안전규제의 대상이 적었던 관계로 규제와 진흥을 같은 부처에서 담당하게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동 중인 발전용원전이 20기(1772만㎾·가동원전 수 기준 세계 5위)가 있고 건설 중인 원전이 6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 연구용 원자로, 원전연료공장, 원전연료주기 시험시설 등이 대도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전규제 체제의 미비로 규제 업무에 극히 조그마한 실수나 눈 감아주기 등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원자력안전 규제기관의 독립성 확보는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법적으로 원자력안전 규제 기능과 조직을 원자력 이용 부처로부터 명확히 독립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원자력안전 규제의 국제 규범을 주도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이 공히 원자력 이용 기능과 안전규제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2007년 6월 IAEA의 규제체제검토서비스(IRRS)에서도 원자력안전 규제의 독립성 부족, 권한 및 절차의 불명확 등에 관한 지적을 받아왔으며 도쿄전력 노후 원전 결함 은폐사건(2002년), 미하마 원전 배관 파단 및 운영자 사망사고(2004년), 시가 원전문제 은폐사건(2007년) 등 각종 후진적 원자력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력안전규제체제 독립의 핵심은 원자력안전 규제 기구와 원자력 이용 및 진흥에 관련된 기구와의 ‘효과적인 분리 상태’를 만들어 IAEA의 ‘기본안전 원칙’과 ‘원자력안전에 관한 협약’ 위배 상태를 벗어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원자력안전관리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에 원자력의 안전 확보 및 평화적 이용 확대와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교육과학기술부는 원자력안전 규제 기능만 담당하게 하고 연구·개발 기능은 모두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을 현행과 같이 교육과학기술부가 담당하게 하되 안전규제의 독립성, 전문성, 효율성 강화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자문기구가 아닌 독립적인 원자력안전규제기구로 운영하고 위원회에 사무국을 두어 교육과학기술부 안전규제 담당공무원들이 관련 업무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을 원자력진흥국으로 개편하여 원자력 진흥과 기초과학 육성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원자력안전규제 기능은 다른 기관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의 이해를 떠나 대통령 소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그 산하기관으로 재편해 원자력안전 규제 체제의 투명성, 전문성,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다.두 가지 방안 모두가 원자력 안전 규제기능을 행정안전부 등으로 이관해 조직을 신설하는 것보다 ‘작은 정부’ 구현에 부응하면서 효과적인 업무 추진을 가능케 한다고 본다.
원자력안전 규제 기능과 조직을 원자력 이용 부처로부터 명확히 독립시켜 투명성과 안전성이 보장될 때 사용 후 원전연료 재활용과 원자력 기술의 선진화 및 수출 증대를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원전신규 건설 부지 확보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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