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게시물, 주소 미지정땐 ‘삭제불가’

파이낸셜뉴스       2009.04.21 15:51   수정 : 2009.04.21 15:42기사원문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주소(URL)’를 명확히 기재해 포털사이트에 삭제 등을 요청해야 한다. 이처럼 게시물 주소를 특정하지 않고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했을 경우 포털사이트들은 해당 게시물의 삭제가 아닌 임시조치(블라인드)를 하게 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명예훼손성 게시물 처리정책’을 21일 발표했다. 이번 KISO의 결정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인터넷 게시물과 관련된 첫 정책결정으로,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7개 회원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기존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사업자가 ‘지체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요건과 사후절차 등이 불명확했다. KISO는 이번 결정을 통해 최근 정부기관 등이 URL의 적시 없이 기관이나 인물명이 들어간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등 포괄적 요청을 해오는 경향에 대해 삭제가 아닌 일정 기간 보이지 않게 하는 ‘임시조치(블라인드)’에 그치되, 이것이 예외적 조치로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KISO는 또 피해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적 모니터링에 의해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 또는 임시조치 해야 하는 의무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작업과 최근의 대법원 판결 등을 종합 고려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이번 결정에서는 제외했다. 이 밖에도 KISO는 △임시조치 이후의 게시물 처리 방침 △포괄적 요청의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서도 조기에 논의를 재개해 공동의 처리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창희 KISO 정책위원장은 “명예훼손성 게시물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으로서 KISO의 이번 결정이 모든 범위를 아우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인터넷 게시물의 책임만 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축 가운데 어느 하나도 희생하지 않으려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KISO는 당초 이번 정책 마련의 계기가 되었던 이종걸 의원의 국회발언 관련 게시물의 처리는 이미 각 회원사가 자체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어 혼선의 여지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이날 결정 내용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KISO는 다음, 야후, SK컴즈, NHN, KTH, 프리챌, 하나로드림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개 포털사를 회원으로 해 지난 3월 출범했고, 4월부터는 홈페이지(www.kiso.or.kr)를 통해 일반 네티즌들로부터도 불법게시물 관련 신고를 받고 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이날 KISO가 발표한 정책결정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조치를 위한 정책’

1. 이종걸 의원의 국회 발언을 계기로 제기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처리정책을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1) 일반원칙

-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는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때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URL을 적시해야 하고, 회원사는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딥링크(해당 게시물로 바로가기 링크)한 게시물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처리한다.

- 단, 임시조치 후 게시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게시물의 재게시 문제는 최근 대법원 판결(2009년 4월 16일, 2008다53812 손해배상(기)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추후 결정한다.

(2) 포괄적 요청에 의한 임시조치

- 각 회원사는 URL의 적시 없이 삭제 등의 조치 요청을 받은 때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거나 명백한 불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임시조치를 허용할 수 있다.

- 다만, 이러한 예외적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 이 조치의 구체적인 절차,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공동의 기준을 마련한다.

(3) 임의의 임시조치 및 모니터링에 의한 삭제·차단

- 정보통신망법상 임의의 임시조치 및 모니터링에 의한 삭제·차단은 그 적용요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과 위에 언급한 대법원 판결 등을 고려하여 향후 정책적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2. 당초 상정된 정책안의 대상이었던 이종걸 의원 발언 건에 대해서는, 이미 각사가 자체정책에 따라 처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정책을 적용하지 않는다.

3. 욕설, 개인정보침해 등 명백한 불법성 게시물에 대한 조치는 이번 정책결정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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