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적 갈등 격화..파장 우려

파이낸셜뉴스       2009.05.23 18:41   수정 : 2009.05.23 18:37기사원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하지 않은 서거로 향후 정치·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던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서거함으로써 진실공방과 검찰수사의 적절성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은 국정운영 기조와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립이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

사회 각계도 이번 사건으로 계층·이념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기조 하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대표도 “상주가 된 입장”이라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 정치인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현 정권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우리는 진실을 지켜주지 못했고 모든 수사기관과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갔다”며 “노 전 대통령을 지켜 드리지 못한 죄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550만표 차이로 당선되신 분이고 한나라당 의석은 국회 과반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렇게 강력한 지지와 원내의석을 확보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 역사를 반복시키느냐”며 “그러면 4년 후에 이러한 일이 또 없다고 누가 보장을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윤여준 전 의원은 “국민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후폭풍의 강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여권이 이번 사태의 부담을 떠안을지, 떠안게 된다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떠안을지는 민심에 달려있다”며 파장에 촉각을 세웠다.

정치 원로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각종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후진적 정치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에 소환되거나 자살하는 국가적 불행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도 대(大)일변하고 국민도 대오각성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정치문화가 꼴찌 아니냐”며 정치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시민사회에도 상당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진보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검찰 수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만큼 검찰, 나아가 정권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검찰 수사와 그의 서거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장대현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를 할 때 친정권 성향 인사보다 노 전 대통령 측에 훨씬 가혹했던 측면이 있다”며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규탄하며 깊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자유청년연대 최용호 대표는 “일부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에 죽음을 택했다고 하는데 확실한 사실을 갖고 수사를 한 검찰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며 이성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보수학계를 대변하는 박효종 서울대(국민윤리) 교수는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차분하게 전임 대통령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우리사회가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학자인 임현진 서울대(사회학) 교수도 “검찰이 너무 압박을 가한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사회적 논란이 있겠지만 되도록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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