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영 주저해선 안된다/안현호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파이낸셜뉴스       2009.11.15 18:02   수정 : 2009.11.15 18:02기사원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그 끝을 모르던 2008년 미국의 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인터넷에서 접한 적이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이 2009년에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녹색경영’을 꼽았으며 73% 이상의 기업이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자사의 환경·보건·안전(EHS)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하거나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자부심인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이른바 ‘자동차 빅3’가 강력한 구조조정 태풍에 휩쓸리고 있던 때였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뜻밖이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침체의 ‘쓰나미’를 돌파할 생존전략으로 녹색경영을 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녹색경영’이란 국제적 조류를 피할 수 없다고 인식한 결과다.

먼저 녹색경영과 기업가치의 상관관계는 주식가치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부터 2007년간 국내 환경경영 우수 15대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319%로 같은 기간 주가상승률 44%의 7.25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편입된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소비자의 76.6%가 ‘품질이나 가격조건이 동일하거나 불리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전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는 교토의정서의 논의 진전도 기업들에 국제 시장환경 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비준에 부정적 의견을 견지했던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입장을 선회하고 있고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도 지구환경 보호라는 취지하에 기업들의 녹색경영을 요구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도 2007년 6월 ‘국가기후변화 대응방안’을 통해 기업들의 녹색경영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수레를 온 몸으로 막아서는 사마귀의 무모함을 뜻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귀족 성직자 계급은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했지만 프랑스 전 국토의 40%를 차지하는 부를 누렸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 재정위기에 불구하고 자신들의 면세특권을 고집하다가 결국 특권계층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단초를 만들었다.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을 때 빚어지는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기업들의 녹색경영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있는 기업이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2008년 세계경제포럼의 환경지속성지수(ESI) 평가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녹색경영의 조류에 편승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을 통해 기업들의 녹색경영을 지원·촉진할 책무를 스스로 부여하고 우선 녹색경영 지표 및 가이드라인 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활동 전 과정의 저탄소 고효율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녹색경영 확산방안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차원에서도 친환경 청정기술개발 지원, 공급망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녹색경쟁력을 제고하는 대·중소 그린파트너십, 산업폐기물을 원료나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생태산업단지 구축, 국제환경규제 대응사업 등 기업의 녹색경영을 지원하는 시책들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 차원의 관심과 실천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장경쟁의 핵심 요소가 품질과 가격에서 기업의 녹색 경쟁력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아직 경제위기의 어두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지만 다가올 내일을 위해 우리 기업들 스스로 ‘녹색 DNA’를 배양하는 노력에 힘을 다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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