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영어교사 된다

      2010.02.05 17:35   수정 : 2010.02.05 17:35기사원문
“자라나는 아이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2010학년도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19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김헌용씨(24)가 영어과에 합격했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1급 시각장애인이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교과 교사로 임용되는 것은 서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가 시력을 잃은 것은 다섯살 때인 1991년. 김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님과 떨어져 대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는데 눈이 잘 안 보여 병원에 갔다. 의사는 ‘너무 늦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어렴풋이 물체의 외형은 구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밝고 어둠만 구분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또래보다 한 살 늦게 서울 맹학교에 입학한 김씨는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됐다. 김씨는 “중·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영어 전공인 분이 많으셨다. 한 반 정원이 10명 정도밖에 안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씨 영어실력의 비결은 ‘인터넷과 축구’였다.

평소 관심을 갖고 좋아한 영국 축구경기의 현지 생중계 방송을 듣고 시각장애인용 ‘화면낭독기’를 이용, 영어로 된 축구 관련 인터넷 정보를 접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아왔다는 것. 시각장애인용 점자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부피가 커서 이용하기가 힘들어 고등학교 때까지만 이용했다고 했다.


김씨의 영어실력은 토익이 975점, 텝스가 918점으로 임용시험 일반 영어과 합격자들과 대등한 실력을 갖췄다.

김씨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시설 개선보다 제도 개혁이 우선이고 제도 개혁보다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며 “보조교사가 지원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밝은 마음으로 동료교사, 학부모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art_dawn@fnnews.com 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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