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모던발레

파이낸셜뉴스       2010.06.10 16:39   수정 : 2010.06.10 16:39기사원문

"클래식 발레는 가라. 모던 발레가 온다."

내달 중순 모던 발레 2편이 나란히 국내 무대에 오른다. 국내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모던 발레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유럽 발레 100년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거장 롤랑 프티, 이스라엘 국보급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등의 파격적이고 개성 넘치는 무대가 발레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전망이다. 국립발레단은 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롤랑 프티의 밤'을, 유니버설발레단은 내달 16일부터 18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오하드 나하린 등 무용계 거장 3인의 무대로 꾸미는 '디스 이즈 모던(This is Modern)'을 선보인다.

■국내 초연 롤랑 프티 대표작 3편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에서 공연될 작품은 올해 여든이 넘은 롤랑 프티의 대표작들. '아를르의 여인'과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 3편이다.

'아를르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동명소설을 발레로 만든 작품으로 반 고흐가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아를의 아름다운 풍경을 무대로 옮긴다.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슬픈 프레데리와 그가 사랑한 비베트의 애틋하면서도 비장한 춤사위가 조르주 비제의 음악과 어우러진다. 특히 사랑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는 프레데리가 격정에 넘쳐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은 남자 무용수의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 '백야'의 시작 7∼8분을 장식했던 강렬한 춤이 바로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이었다. 1946년 세계대전이 끝난 무거운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이 작품은 바흐의 웅장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파사칼리아'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한다. 죽음을 부르는 팜파탈의 압박에 스스로 목을 매는 젊은이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장 콕토 대본을 바탕으로 한 22세 롤랑 프티의 안무작.

'카르멘'은 1949년 초연 당시 파격적이면서 선정적이었던 의상과 안무, 도발적인 헤어스타일 등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수많은 발레리나가 가장 도전하고 싶은 역으로 카르멘을 주저없이 꼽기도 했다. 롤랑 프티의 '카르멘'은 독특하고 화려한 무대 디자인 때문에 영화 같은 발레로 유명하다. 육감적인 춤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줄거리 있는 발레로 만들어낸다.

■나하린-슈푀얼리-포사이드 거장의 무대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에선 오하드 나하린의 안무를 즐길 수 있다. 변방의 이스라엘 바체바무용단을 세계 정상급 무용단으로 끌어올린 이스라엘 국보급 안무가다. 풍부한 유머, 재치있는 공간활용, 강력한 시각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Minus7'은 기존 작품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구성한다. '아나파자'는 25명의 무용수가 의자를 소품으로 활용하는 섹션과 6명의 여성 무용수 섹션으로 나뉜다. '라이브 퍼포먼스' '크레이지 댄스파티'로 상징되는 나하린의 에너지를 실감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인 하인츠 슈푀얼리가 바흐의 음악을 곁들여 안무한 '올쉘비'는 클래식 발레에서는 만나기 힘든 남성 무용수들의 파워풀한 매력을 선사한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무대에 펼쳐놓는 하인츠 슈푀얼리는 엄숙함을 상징하는 바흐로부터 놀라운 현대성과 유머를 끌어낸다. 쾌속선에 몸을 실은 듯 사뿐히 미끄러지는 남성 솔로, 포인트 슈즈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애교스럽게 치장한 여성 군무, 활기차고 탄력미 넘치는 남성 군무 등을 명장면으로 꼽는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안무가 출신인 윌리엄 포사이드가 안무·무대·의상을 도맡아 올리는 공연은 '인 더 미들'이다.
금속성 느낌이 강한 작곡가 톰 뷜렘과 음악작업을 같이 했다. 3명의 남성 무용수와 6명의 여성 무용수가 타이트한 점프, 날카로운 발동작, 뚜렷하게 각진 라인 등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포사이드는 '클래식 발레를 해체하고 21세기로 끌어온 주인공'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사진설명=‘발레의 거장’ 롤랑 프티의 ‘아를르의 여인’, 윌리엄 포사이드의 작품 ‘인 더 미들’, 하인츠 슈푀얼리가 안무한 ‘올쉘비’, 오하드 나하린이 안무한 ‘Minus7’(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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