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된 도자기’ 작가 이수경 2년만에 국내전

파이낸셜뉴스       2010.08.12 17:04   수정 : 2010.08.12 17:04기사원문



깨뜨려져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모아 에폭시로 이어 붙이고 이음매에 금박을 칠했다. 상처를 입고 다시 태어난 '번역된 도자기'가 말한다. 깨진 도자기도 함부로 보지 마라.

2006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2008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에, 2008년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미술관, 2009년 일본 마루가메 현대미술관, 2010년 독일 베타니엔미술관 등에 작품이 전시됐다.

'깨진 도자기' 작가로 유명한 이수경(47)이 서울 청담동 마이클슐츠 갤러리에서 지난 5일부터 'Broken Whole'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국내에서 2년 만의 전시로 최근 독일 데사우의 오라니엔바움 미술관에서 연 개인전의 연장이다. 오라니엔바움 미술관은 오라니엔바움 성 안에 있는 것으로 천천히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의 분위기와 깨뜨려져 버려진 백자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이는 작가의 작품 '번역된 도자기'가 잘 어울린 전시로 평가받았다. 작가는 "독일 전시에서 보여준 나의 대표작들을 한국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 7점과 경면주사(안료로도 사용되며 부적이나 불화를 그릴 때 주로 사용)로 그린 '불꽃' 드로잉 7점이 선보인다.

▲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 160×90×90cm·2007


1990년대부터 설치, 영상, 퍼포먼스,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가 깨진 도자기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2001년 이탈리아 알비솔라 비엔날레에 참가한 작가가 이탈리아 도공에게 조선 백자관련 시와 설화를 들려주고 재현하게 한 것이 계기다. 조선 백자라고는 본 적이 없는 이탈리아 도공이 만들어낸 '조선 백자'는 거리감이 있었다. 흰 바탕에 파란 색 그림이 들어간 중국 분위기의 도자기였다. 2001년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오해와 번역의 문제를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다뤘다면, 경기 이천을 헤매다 우연히 만난 인간문화재 도예가 임형택의 가마터에서 얻어온 파편들을 이어 붙여 만들며 시작된 최근의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는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깨진 도자기'로 만든 '번역된 도자기'는 경험과 기억, 상처 등 좀 더 근원적인 것들의 재해석과 치유, 재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의미로 빛난다.

▲ 이수경의 ‘불꽃’ 한지 위에 경면주사 100×100cm·2006
이번 전시에는 2005년부터 선보인 한지 위에 경면주사로 그린 '불꽃' 드로잉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부적이나 불화를 그릴 때 사용되는 안료인 경면주사를 사용해 기억 속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들, 태워버리기 전 마음 속에서 부글거리던 기억의 파편들을 '불꽃' 드로잉을 통해 태워버리고 비워냈다"고 했다.

버려진 것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와 자신을 비워내고 강렬한 주술적인 에너지를 주변으로 발산하는 '불꽃' 시리즈는 인간의 내면이란 얼마나 많은 미로로 이뤄져 있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29일까지. (02)546-7955

/hyun@fnnews.com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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