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생기는 멍’ 감기 후유증·간기능 ‘이상신호’

파이낸셜뉴스       2010.08.20 18:26   수정 : 2010.08.20 18:26기사원문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조금만 부딪혀도 멍이 쉽게 든다. 특히 여름철에는 짧은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누구한테 맞았느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멍은 타박상 뿐 아니라 감기나 편도선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는 20일 “특히 간 기능이나 혈소판 기능이 약해졌을 때 멍이 잘 생기므로 이유 없이 멍이 잘 생긴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이 경우 출혈반 또는 자반이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감기 앓은 후에도 멍 생겨

멍은 혈관 안에 있어야 할 적혈구가 다양한 이유로 혈관 밖으로 나온 상태를 말한다. 흔히 멍은 시퍼렇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적혈구가 혈관 밖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홍색의 붉은 반점 형태다.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는 피부조직 내에서 점차 파괴되는 과정을 겪게 되면서 상처부위가 파란색, 보라색, 갈색의 과정으로 변하게 된다. 상처부위가 보라색을 지나 갈색으로 변할 때쯤이면 적혈구의 파괴 과정이 완료되는 단계로 이때는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멍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타박상에 의한 것이 가장 많지만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멍이 생기는 원인과 모양이 다르다. 젊은 사람은 감기나 편도선염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크기가 3㎜ 이하의 작은 출혈이 주로 다리에 집중적으로 생긴다. 감기 바이러스나 균의 일종인 연쇄상 구균이 체내에 침입하면 면역 과민반응을 일으켜 혈관벽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혈관벽이 깨져 안에 있던 적혈구가 피부조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멍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운동이나 무리한 신체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무리한 신체활동은 멍이 있는 곳에 피의 양을 증가시켜 파괴된 혈관 밖으로 더 많은 적혈구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멍은 주로 피부조직 안에서 혈관을 지지하고 있는 조직들이 약해져 발생한다. 때문에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혈관이 터져 멍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노인 중에는 집에서 문을 열거나 닫을 때 살짝 부딪히는 정도에도 팔에 멍이 드는 환자들이 많다. 따라서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큰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 햇빛도 혈관을 지지하는 피부조직을 더욱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과도한 햇빛노출은 삼가야 한다.

■간 기능 저하된 만성간염 의심도

혈소판의 수가 감소하거나 그 수는 정상이지만 기능이 불량한 경우에도 멍이 들 수 있다. 혈소판은 우리 몸에서 혈액의 응고나 지혈작용을 담당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능이 떨어지면 백혈병, 특발성혈소판감소증, 간 기능 저하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멍은 급성 간염처럼 일시적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간경변처럼 간이 많이 손상된 만성 간 질환 환자에게서 쉽게 관찰된다. 이 경우 잇몸의 출혈과 함께 피부에 넓게 멍이 생기며, 드물게는 여러 개의 점 모양으로 멍이 발생한다.

우리 몸의 지혈작용은 주로 혈소판에서 담당하지만 간에서 생산되는 응고인자도 지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면 간에서 합성되는 응고 인자가 만들어지지 못해 결국 출혈로 이어져 멍이 발생하는 것이다.

■초기엔 냉찜질, 이후엔 온찜질

멍은 혈소판이 혈관 밖으로 나올 때 발생하는 것이므로 멍이 들었을 땐 즉시 냉찜질을 해준다. 혈액이 피부조직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때문에 멍이 더이상 커지지 않는다. 며칠 지난 멍을 치료할 때에는 뭉친 혈액이 분산되도록 온찜질을 해주는 게 좋다. 또한 팔이나 다리에 멍이 들었다면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 멍든 부위로 피가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에 아연이 풍부한 육류나 조개류 등을 섭취해주면 혈관에서 혈액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멍든 부위를 날달걀로 문지르는 치료법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응고된 피를 사라지게 하므로 좋은 방법이다. 이 밖에도 생감자를 갈아서 찜질을 하면 감자의 ‘솔라닌’ 성분이 멍든 부위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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