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대륙속의 한국기업 ⑨ STX

파이낸셜뉴스       2010.09.12 18:49   수정 : 2010.09.12 18:49기사원문

【상하이(중국)=조은효기자】 뱃길은 정치를 앞서 나갔다. 1990년 9월 15일 오후 5시 인천항 제1부두 한·중 양국 정부 및 해운업계 인사들은 만감이 서린 표정으로 ‘골든브리지’호의 출항을 지켜봤다. 중국 공산화 이후 막혔던 뱃길이 40여년 만에 열리는 순간이었다. 한·중 간 첫 공식 항로에 띄워질 골든브리지호가 경적을 울리며 서서히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한·중 수교 2년 전인 이날로부터 한·중 카페리(여객과 화물 운송) 항로 개설은 오는 15일이면 20주년을 맞게 된다. 해운업계 사람들은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며 말한다. “이날의 첫 공식 출항이 결국 2년 뒤 한·중 수교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고 말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한국 해운인들은 세계 최대인 중국 해운시장을 두고 세계적인 선사들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상하이 푸둥 상업지구 장양로에 위치한 STX팬오션 중국법인은 24시간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40여명의 직원은 화물을 확보하기 위해 늦은 여름까지도 휴가를 반납한 채 바삐 움직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해운시장이다. 2008년 기준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중국 물동량 비중은 28.4%를 차지했으며 국내 선사들의 컨테이너 운송량 가운데 중국 물량은 50% 내외로 추산된다. 현재 STX팬오션은 이 중국 해운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법인 설립 3년 만에 STX팬오션은 중국 3대 철강기업과 장기운송계약(COA)을 해 이 분야에선 국내 선사 중 가장 앞서 있다. 또 여타 해운사와 차별화해 중국 정부의 해운정책 및 각종 시장정보를 수집하는 리서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너지 연계전략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STX팬오션에 보다 넓은 시야에서 해운업을 전개할 것을 주문했다.

바로 선박엔진부터 선박건조까지 일괄생산 체제로 가동되고 있는 다롄 조선해양기지와의 통합 연계전략이다. 선박은 사실상 처음 ‘태어났을 때’의 가격이 평생 그 선박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좌우한다. 그런 측면에서 다롄조선소는 STX팬오션의 글로벌 영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평가된다.

STX팬오션은 현재 바오강(寶鋼)강철, 안강(鞍鋼)그룹, 허베이(河北)강철 등 중국 3대 철강업체의 장기화물 운송권을 모두 확보했다. 전 세계 글로벌 선사 중 철강 및 전력회사들과 COA를 체결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COA는 10∼30년간 고정적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으로 선사들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자국 화물을 실어나르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짓게 한다는 국화국운(國貨國運), 국륜국조(國輪國造)를 강조하고 있어 현대 글로벌 선사들은 이에 대항해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전략으로 COA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승원 STX팬오션 중국법인장(전무)은 “경쟁력 있는 선박 운임료는 결국 선박 가격(원가)에 달려 있으며, 그룹 내 조선사를 두고 있다는 점은 화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 컨테이너사업

STX그룹의 글로벌 파이어니어로 선발돼 중국에서 근무 중인 성은영씨는 기자를 중국 최대 항인 상하이항으로 안내했다.

이곳엔 중국 및 대만, 일본 선사들의 컨테이너박스가 촘촘히 쌓여 있었다. 컨테이너 운송은 STX팬오션에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STX팬오션은 드라이벌크(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및 곡물 운반선) 분야에선 세계적 선사지만 최근엔 컨테이너 운송에 주목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매출은 STX팬오션 매출액의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벌크선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으로 중국 내 컨테이너 운송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대만 선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STX팬오션 중국법인 박준경 상무는 “ECFA로 현재 컨테이너 부문에서 중국 물동량에 압도적 우세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 선사들의 약진이 보이겠지만 일단 물동량이 증가한다면 여타 선사들에도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매출 등 보다 견고한 수익구조를 이루기 위해 STX팬오션은 지속적으로 컨테이너 선대를 확충, 지난 4월엔 세계 컨테이너 선사 순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ehcho@fnnews.com

■사진설명=중국 상하이항에 STX팬오션을 비롯한 세계 각국 해운사들의 컨테이너박스가 세를 과시하듯 선적을 기다리며 쌓여 있다. STX팬오션은 현재 10% 수준인 컨테이너사업의 매출이 대폭 확대되면 이곳에 자사 컨테이너박스가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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