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우즈의 스윙 갖춘 신인왕 될거예요”

파이낸셜뉴스       2011.01.24 21:58   수정 : 2014.11.07 05:45기사원문

“골프요? 처음부터 볼을 딱딱 맞히는 임팩트 때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2002년 겨울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소녀 김유리는 아버지 김평호씨의 손에 이끌려 동네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경기도 김포읍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부터 또래들과 어울려 집 앞 공터에서 공을 차고 노는데 익숙했던 소녀에게 골프 볼을 치는 느낌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드나드는 일에 재미를 붙인 소녀는 유리공예 전문가인 아버지의 손 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덕에 이내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 딸의 재능을 유심히 살펴보던 부모는 딸의 장래를 생각해 정든 고향 집을 정리한 뒤 전라북도 익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5분 거리에 집과 연습장, 파3 연습장, 골프장이 위치한 최적의 운동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부모의 지극정성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김평호씨는 딸을 위해 회사 작업장 한켠에 골프 스튜디오를 꾸몄고 손수 딸의 골프를 지도했을 정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어내려간 훈련 일지와 스윙 동영상은 방 한켠을 가득 채워 나갔다.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은 김유리는 2008년과 2009년에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며 기대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오렌지볼 인터내셔널 주니어 골프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해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아마추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왔던 기본기를 토대로 꾸준한 플레이를 펼쳐 눈도장을 받았다. 15개 대회에서 1승을 포함해 ‘톱 10’ 진입만 무려 열 차례. 톱 10 피니시율 1위(66.67%), 총 버디 수 1위(99개), 평균 타수 2위(70.93타), 그린 적중율 4위(79.12%)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낸 끝에 상금랭킹 2위(2775만원)에 올라 올 시즌 KLPGA 정규 투어 풀 시드를 획득했다.

“사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아 지난 해는 물론 그 전에도 동계훈련을 많이 가진 못했어요. 하지만 아빠의 지도를 받으면서 프로 전향을 앞두고 스윙의 기본을 가다듬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노력의 결실로 지난 해에 드라이버는 물론, 아이언, 퍼트 다 고른 성적을 내 만족스러웠어요.”

올해 열 아홉. 하지만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을 지닌 김유리는 스케줄 표를 짜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재할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이 장점이다.
골프에 있어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만큼 자기 주관이 확고한 것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2부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아 정말 좋았어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골프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됐거든요. 지금 당장은 올해 신인왕을 타는 게 목표지만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스윙과 멘탈에 관심이 많은데 타이거 우즈의 스윙과 필 미켈슨의 멘탈, 미셸 위의 파워를 갖춘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짧은 머리, 보이시한 분위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김송희(23·하이트)와 닮은 꼴. 하지만 김유리는 프로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무지개빛 꿈도 꾸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르던 머리를 싹둑 잘랐는데 요즘엔 김송희 선배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야 이제 시작인데 김송희 선배랑 비교해주시면 영광이죠. 하지만 이제 진짜 프로가 됐으니 제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충해 나가면서 제 색깔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 과정도 기대가 되요.”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김유리 프로필

생년월일: 1992년 6월 29일

골프입문: 2002년

프로데뷔: 2010년 드림(2부) 투어

신장: 170㎝

계약: 토마토저축은행

학교; 용인대 입학 예정

2010년 시즌 상금순위: 2위(2775만원)

성적: 우승 1회(드림투어 13차전)

톱 10 피니시율: 1위(66.67%-10회)

평균 타수: 2위(70.93타)

그린 적중률: 4위(79.12%)

평균 퍼트 수: 22위(31.07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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