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오브제

파이낸셜뉴스       2011.01.28 11:31   수정 : 2014.11.07 04:54기사원문

편집부에 오니 신문 볼 일이 많아진다. 아니 그게 일이다. 경제지와 종합지를 가리지 않고 넘기며 비교한다. 눈에 띄는 기사가 있으면 꼼꼼히 읽어보지만 어느새 나는 ‘독자’의 시선으로 돌아와 있다. 한 명의 독자로 신문을 읽던 시절처럼 과감히 신문을 넘긴다. 보는 것은 헤드라인과 사진이다. 관심 있는 이슈가 있거나, 특이한 사진이 눈길을 끌면 손이 멈춘다. 시선은 그대로 기사에 고정이다. 언론인으로 접어들기 전 독자 시절, 나는 ‘뉴스’만 즐겼다. 우리 독자 중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화상데스크에 올라온 사진 중 외신만 쭉 훑었다. 지면에 실릴 사진 3~5개를 골라 사진제목과 기사를 쓰는 미션이었다. 이슈는 뚜렷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 2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Moscow’로 검색하자 수많은 사진이 화면에 떴다.

세 가지 사진을 두고 고민했다. 테러 장소인 공항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 부상자가 피를 흘리는 사진, 희생자의 가족이 눈물을 흘리는 사진. ‘임팩트’를 기준으로 첫 번째 사진을 먼저 탈락시켰다. 설명은 정확하나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엔 부족했다. 나머지 두 개를 두고 고민하다 나는 ‘피 흘리는 손’을 제목으로 두 번째 사진을 선택했다. 피가 눈물보다 끌렸다. 역시 개인적 취향이었다. 선배를 비롯해 다수의 타사 매체 선배들은 눈물을 골랐음을 후에 알게 됐다. 대중적 취향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일까.

제목을 붙여 보라는 선배의 지시에 고민 끝에 “할머니 무서워”로 달았다. 사실 “안녕, 아빠” 라고 달고 싶었으나 사진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의 신변이 어떻게 됐다는 설명이 없어 접었는데, 후에 A신문을 보니 아이의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설명이 나와 있었다. 외신의 경우 사실 확인을 검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조금 아쉽다.

키워드를 한파로 잡아 특이한 사진도 검색했다. 레이더망에 포착된 사진은 뉴욕 인근에서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차였다. 한파로 터진 파이프관에서 나온 물벼락이 차를 덮쳤고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었다. 함께 찍힌 사람들의 표정도 황당한 상황을 잘 표현했다. 재미와 시의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판단에 ‘자동차도 꽁꽁’ 이라는 제목을 붙여 봤다.

흔히 편집은 취재와 다른 영역이라고 막연히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 날의 이슈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골라 설명과 느낌을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제목을 짧게 달고 3줄 이내로 설명기사를 쓰는 것이 전혀 별개의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짧은 교육기간동안 느낀 편집은 신문의 큰 그림, 즉 숲을 그리는 일을 하는 곳이다. 취재기자는 숲 속의 나무를 촘촘히 채운다. 결국 힘을 합쳐 신문이라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한다. 편집의 넓은 시야, 취재의 정확함을 고루 갖춘다면 더 나은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갈매기처럼 훨훨 날면서 매의 눈을 가진 기자, 너무 욕심이 큰가?



/polarispark@fnnews.com 박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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