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적정한 실내 온도 몇 도일까?

파이낸셜뉴스       2011.01.31 18:11   수정 : 2014.11.07 04:30기사원문

최근 최악의 한파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전력 다소비 건물의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 정부가 제시한 실내온도 20도는 겨울철 사람들의 건강에 적절한 기온일까. 정답은 ‘건강한 사람은 적당하다’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18∼20도, 실내습도는 최소 40%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18∼20도 범위를 적정한 실내온도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우리 인체의 쾌적온도는 23∼24도다. 적정 실내온도와 적정 인체온도 간에는 3∼4도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편차에도 불구하고 왜 전문가들은 20도를 적정 실내온도로 정한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본다.

■18∼20도에선 내복 입어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는 지난달 31일 “절대적인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실내온도는 기후조건, 의복문화, 건물구조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도에서 내복을 입는 것과 24도에서 내복을 입지 않고 생활하는 것은 비슷한 수준의 온열 쾌적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정 실내온도인 18∼20도는 내복 등 적절한 의복착용을 전제로 권장할 수 있는 온도라는 것이다.

또 내복이나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있으면 4∼6도 정도의 실내온도 조절효과가 있다. 즉, 실내온도가 20도일 경우 우리가 내복을 입었다면 23∼24도의 쾌적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오히려 20도 이상의 온도에 습도까지 높게 실내를 유지하면, 집먼지 진드기와 곰팡이 등이 잘 자라게 돼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인·만성질환자 26∼28도가 적정

건강한 사람의 경우 내복 등 적절한 의복착용을 통해 3∼4도의 편차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이나 어린이들, 만성질환자들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노인들은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저체온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우발적 저체온’이라 한다. 이는 체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추위에 오래 노출돼 열 소실이 증가하고, 열 생산이 되지 않아 체온을 올리는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다.

만성심혈관계질환자, 만성호흡기계질환자, 만성신부전환자, 당뇨병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1.3 ㎜Hg 정도 올라간다. 이는 만성심혈관계질환자들에게 뇌출혈,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위험을 높인다.

추우면 체온 유지를 위한 대사량이 늘어나는데 당뇨병환자들은 혈당조절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혈당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

신체말단 감각이 저하돼있기 때문에 의복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손, 발 등의 말단에 동상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 체온조절에 실패할 경우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성도 높다.

주 교수는 “이들에게는 실내온도 26∼28도, 습도 40∼50% 정도를 적당히 유지시켜줘야 한다”며 “요즘과 같이 추울 때는 각별히 외출을 삼가고, 외출을 해야 한다면 모자, 목도리, 장갑, 두꺼운 양말 등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노출되는 부위까지 따뜻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체온 높이는 법

우리 신체는 대개 기온이 15.5도 이하가 되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7도 이하에서 주로 나타난다. 요즘처럼 하루 종일 영하권인 기온에서는 쉽게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이나 만성질환자들의 경우에는 실내기온이 22∼24도 정도라도 체온이 낮아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기온이 체온보다 조금만 낮아도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체온이 떨어질수록 우리 몸은 말과 행동이 어눌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정상체온 36.5도에서 1도 떨어진 35.5도 이하부터를 ‘저체온증’이라 한다. 이 징후는 서서히 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추위에 오래 노출돼 오한이 들고,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면서 멍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 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저체온증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추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또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는데 달콤한 맛을 내는 따뜻한 음료나 사탕과 같은 음식이 빠르게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단 의식이 없거나 혼미할 때는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안된다.

또 몸을 움직여 열 생산을 촉진시켜야 한다. 춥다고 음주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열을 더 빨리 잃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환자가 정신이 혼미한 경우나 의식을 잃은 경우, 4시간 가온시켜도 정상체온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는 119나 응급구조서비스에 바로 연락을 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 환자가 어린이거나 노인인 경우에는 증상의 심각성과 상관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사진설명=적정온도를 18∼20도로 낮추려면 내복은 필수다.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내복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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