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 제한 논란 가열

파이낸셜뉴스       2011.06.16 22:00   수정 : 2011.06.16 22:00기사원문

이자만 갚다 만기 또는 적절한 시기에 원리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이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추진 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대책에 이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은 절대 다수 대출자들이 이용하는 등 가장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형태란 점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연체율이 급증하고 주택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미 찬반 논란이 뜨겁다.

■거치식 대출 구조 개선이 관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일정기간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납부하는 장기 거치식으로 운용 중이다. 29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원금은 놔두고 한동안 이자만 갚는 대출이 80%에 달한다. 거치기간이 지나더라도 새로 연장하거나 '갈아타기'(중도상환 뒤 다시 대출을 받는 방식)를 통해 원금상환을 미루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거치기간이 길수록 가계의 이자 부담이 쌓이고, 나중에 원금을 갚을 시기에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대출 채권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박선숙 민주당 의원 등은 최근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과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은 금지하는 내용의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안'(과잉대출규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최근 정무위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일시상환·거치식·변동금리 위주의 취약한 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포함시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찬성측,"세제혜택 줘서라도 고쳐야"

찬성하는 쪽에선 원리금 분할 상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일 연구위원은 "만기가 짧은 대출 구조를 장기로 바꾼 뒤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방향으로 상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로 가져가는 사람들에게는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유인책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계속 일시상환 대출로 갚다가 사망하면 그 빚이 자식에게 고스란히 되물림된다"며 "원래대로라면 50∼60세까지 집 대출을 갚은 후 집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론(주택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반대측,"가계부채 연체율 급상승 등 위험 자초"

반면 일시상환형 대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만기연장 시 원리금 상환대출로 전환토록 할 경우 가계부채 연체율이 급증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판에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할 경우 연체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민층에 원리금 상환을 강요하면 연체율이 높아져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며 "소득수준에 따라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주택금융 담당 임원은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무조건 전환시키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며 "유인책을 부여하면서 단계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갑작스러운 거치기간 제한은 주택시장에까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금상환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정금리 방식의 장기대출을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 김현희 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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