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로폰테의 ‘비트론’ 공연계를 엄습하다
파이낸셜뉴스
2011.07.21 16:11
수정 : 2011.07.21 16:09기사원문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를 소재로 한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지난 2000년 영화로 제작돼 세계 각국의 관객을 찾아갔다. 디지털이 없었던 고대의 콜로세움에서 왕족과 일부 시민들만 볼 수 있었던 검투사들의 ‘혈투’를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게 된 것. 지난해엔 검투사를 다룬 TV 시리즈 ‘스파르타쿠스’가 제작돼 각국 안방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의 창립자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1995년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란 저서를 냈다. 원자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세상의 물체가 디지털의 기본 단위인 비트로 바뀌어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 3D공연사업 태스크포스(TF)팀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뮤지컬 ‘모짜르트, 록 오페라’를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찍어왔다. 올 가을 극장에서 상영해 사람들이 파리까지 가지 않고도 3D로 현장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13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이미 지난 2006년 오페라를 2차원(2D) 영상으로 변환시켜 극장에서 상영하는 시도를 했다. CJ그룹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후각과 촉각으로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4차원(4D) 상영관을 올해 1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각종 공연을 미래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지배하는 공연계는 디지털에 익숙한 미래 주류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각종 정보기술(IT)들을 결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 영상을 비춰 작품을 표현하는 미디어아트가 활기를 띄고 있다.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에서 디지털 영상 및 홀로그램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공간 제약을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10월 ‘부르노 무나리 디자인전’을 여는데, 이 자리에서 아이들이 미술과 친해질 수 있게 체험형 게임기를 활용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김흥수 3D공연사업TF팀장은 “향후 각종 공연의 감동을 안방에서 느낄 수 있도록 TV·방송사와 제휴하는 한편, 디지털기기의 경향과 영상촬영 기술의 흐름을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TV가 나오면서 라디오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신문을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각각의 미디어는 여전히 영역을 지키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예언했던 ‘종이책의 종언’이 현실이 되지 않은 것처럼 공연도 디지털로 완전 대체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예술의전당 전시사업부 손미정 선임과장은 “디지털이 널리 퍼져도 상당수의 관객은 여전히 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하며 감동을 느끼길 원할 것”이라며 “다만 공연계와 IT 업계가 디지털 흐름 속의 조화를 모색하려는 교류는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오는 27일 파이낸셜뉴스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는 ‘제2회 모바일코리아포럼’에 나서 현재 IT와 미디어의 흐름, 그 미래에 대해 조망할 예정이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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