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MWC' 남은 과제
파이낸셜뉴스
2012.03.01 16:51
수정 : 2012.03.01 16:51기사원문
【 바르셀로나(스페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가 나흘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나흘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이 전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의 메인홀이라 할 수 있는 8번홀에는 구글, NTT도코모,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함께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ICT 대표기업들이 거대한 전시공간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의 경우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옵티머스뷰'를 새롭게 선보여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갤럭시S3'를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다소 김이 빠지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히트작 '갤럭시노트'의 태블릿PC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10.1'과 프로젝터 기능을 지원하는 '갤럭시빔'으로 명불허전임을 확인하게 했다.
지금부터 7년 전인 2005년 당시만 해도 미국의 소비자가전쇼(CES)나 MWC에 버금가는 ICT 전시회로 인기를 끌었던 독일의 '세빗(CEBIT)'을 취재했을 때 우리나라 업체들은 노키아나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같은 제조사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불과 3~4년 만에 이제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행사 기조연설자 중 국내 업체 출신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AT&T, 차이나모바일, 이베이, 페이스북, 구글, HTC, 노키아, NTT도코모, 보다폰 등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대만 기업들까지 기조연설자를 내보내는 동안 우리나라 업체들은 전시부스만 지키고 있었다. 하다못해 씨티은행이나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까지 기조연설자를 낸 상황에서 ICT분야 세계 최고인 우리가 배제된 데 대해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ICT가 산업적으로 전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마치 부모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인간이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ICT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ICT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의 '잘 먹고 잘사는 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더욱 가치 있는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느낀 MWC 20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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