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앤디 워홀

파이낸셜뉴스       2012.03.28 21:50   수정 : 2012.03.28 21:50기사원문



【 싱가포르=임보라 기자】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15분 동안 유명해질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전파되고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그래서 보통 사람도 좋든 나쁘든 짧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현대사회를 예언한 것일까.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사망 25주기를 맞아 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의 예술과학박물관에서 오는 8월 12일까지 열린다. 워홀이 남긴 말에서 제목을 딴 '앤디 워홀:영원한 15분'전은 그의 고향인 미국 피츠버그 앤디 워홀 박물관에서 공수한 260여점의 작품과 관련 문서, 사진 등을 크게 4개 시기로 나눠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다. 그동안의 앤디 워홀 전시회가 이름난 작품 위주로 이뤄졌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예술과 삶에 주목함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했던 워홀'을 만나게 해준다.

세계적인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연꽃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예술과학박물관은 마치 물 위에 꽃잎이 떠있는 듯한 외관과 빗물을 담아 재활용하게 만든 천장 등 건물 자체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한다. 총 21개 갤러리 중 워홀전이 열리는 전시관에 들어서 관람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1940년대 초기 작품부터 1980년대 '최후의 만찬'까지 워홀의 예술 생애를 따라 차례로 여행하게 되는데 각각의 작품에는 제목과 연도, 설명이 첨부돼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초기 작품을 모아놓은 첫번째 전시실에는 어린 워홀의 드로잉과 팝아트 이전 작품 등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을 접할 수 있고 그의 어린 시절 모습과 가족들도 흑백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공장 시대'(워홀은 작업실을 스튜디오가 아닌 팩토리라고 불렀다)라는 제목의 두번째 전시실은 '캠벨 수프 깡통' '마릴린 먼로' 같은 유명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1960년대 워홀의 작업실인 '실버 팩토리'를 되살려 놓기도 했다. 은색의 벽과 바닥에 은색 테이블, 소파 등을 배치해 마치 워홀의 작업실에 실제 서있는 듯 꾸며놓은 공간에는 워홀이 프로듀서와 스폰서가 돼 주었던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모니터로는 워홀의 영화도 즐길 수 있다. 또한 헬륨 가스를 넣은 네모난 풍선들로 만든 '실버 클라우드'는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포토박스에선 워홀 스타일의 가발이나 선글라스 등을 끼고 즉석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워홀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사랑받은 1970년대 '노출' 전시실에선 대표작인 '플라워' 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플라워' 시리즈는 국내에서 소유권 분쟁이 일어 화제가 됐던 작품으로 가격이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노출' 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작품은 워홀이 잡지, 신문, 책 등을 모아놓은 '타임 캡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상자 수백개를 가득 진열해 그가 평생 제작한 600여개의 타임캡슐을 재현해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이 중 워홀의 손길이 닿아 낡고 빛바랜 '진짜' 타임캡슐 한 개를 그 안에 들어있는 잡지 등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최후의 만찬'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워홀의 성공이 절정에 달한 시기에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해 눈높이를 낮춰 전시한 장난감 회화(Toy Painting), 어린이들이 통과할 수 있게 만든 짧은 터널 모양의 공간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생각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전시는 그가 생애 마지막에 제작한 시리즈이자 초대형 작품인 '최후의 만찬'으로 끝난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예술과학박물관 전무이사 닉 딕슨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20세기 최고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다양한 재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이용해 수프 깡통 같은 일상의 아이템을 어떻게 팝아트의 아이콘으로 변환시켰는지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이번 전시는 싱가포르 전시 이후 홍콩과 중국 상하이, 베이징 등을 거쳐 오는 2014년 일본 도쿄에서 마지막 전시를 펼친다.

starball@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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