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큰 정부”..시장개입 따른 경제 위축 우려
파이낸셜뉴스
2012.11.12 17:40
수정 : 2012.11.12 17:40기사원문
유력 대선후보 3인이 차기정권에서 큰 정부 구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을 37일 앞둔 유력 대선후보 3인은 공약을 통해 공통적으로 부처·청 및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을 다수 신설할 계획으로 18대 대통령이 누가 되든 큰 정부가 꾸려질 전망이다.
■'빅3' 부처·청, 위원회 신설 경쟁
올해 대선의 최대 화두가 '개혁','혁신','변화'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 정부조직을 뜯어고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자칫 '위원회와 부처 난립'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시작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와 금융부 등 18개 안팎의 부처 운영 계획을 짜고 있다. 새누리당 정부혁신추진단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참여정부 수준인 18개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를 경험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큰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MB정부에서 축소·폐지됐던 해양수산부 등 3개 부처를 부활하고 1개 청, 3개 위원회 등을 신설할 것을 공약했다. 문 후보는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큰 정부가 목표는 아니지만 제대로 일하는 정부,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부처 신설보다 재벌개혁, 금융안전, 교육개혁, 부동산, 남북분쟁 등 다양한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안 후보는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원과 통합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빅3의 큰 정부 지향은 부처·위원회 신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비대화에 따른 공무원 수 증가도 불가피한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박 후보는 소방, 경찰, 보육 등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한발 더 나아가 공공부문 일자리 임기 내 40만개 확충을 약속했고 안 후보는 2년 이상 계속되는 직무에서 정규직 전환을 공약했다.
■참여정부 '큰 정부' vs MB정부 '작은 정부'
차기정부는 큰 정부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반복하는 현상을 이번에도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 현 정부인 MB정부는 '작은 정부', 참여정부는 '큰 정부'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추구했지만 집권기간 내내 '큰 정부' 논란에 시달렸다.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수도권 지방이전, 평준화 교육, 소득 비례 조세정책, 사회복지사업 강화 등 정부 개입을 강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정부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 참여정부 조직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큰 18부4처16청이었다. 집권기간 동안 정부조직이 늘어나면서 일반 공무원도 13만722명이나 증원됐다. 공공부문을 부양하기 위한 비용도 늘어서 국가채무가 150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기능을 강화했다. 정부 조직은 15부2처18청으로 줄였다. 또 '권력의 호위병'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 530개 자문위원회 중 273개를 폐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큰 정부 시장개입 '동전 양면'
전문가들은 큰 정부의 시장개입이 동전 양면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시대 흐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큰 정부가 과도한 복지 남발과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복지병 유발과 자율경쟁시장 질서를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다음 정권에서 과도하게 커진 정부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경기 불황 국면을 타개하고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케인스의 뉴딜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 진단이 잘못돼 후보들이 하나같이 큰 정부를 말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기업이 일자리 만들고 소비 늘고 선순환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건국대 이영범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안 되는 이유는 '풍요 속의 빈곤', 다시 말하면 유효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 부처 신설은 뉴딜 정책을 사용하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이승환 박소현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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