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주택’이 소리가 요란한 까닭은?
파이낸셜뉴스
2012.12.03 16:52
수정 : 2012.12.03 16:52기사원문
집이 '깡통' 취급받기는 일찍이 없었다. 집은 태생적으로 '알짜'다. 뿌리 내릴 터전이 있고 그 위에 고단한 삶을 토닥여줄 똬리를 틀 수 있어서다. 급전이 필요할 땐 눈물을 머금고 밑천이 됐다. 역설적인 공식도 곧잘 만들어냈다. 닳고 낡으면 오히려 몸값이 뛰었다. 30∼40년 숙성된 빈티지 같은 집은 그야말로 상전 대접을 받았다.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그래서 화수분 같은 보물 단지였다. 부동산 시장에 '진흙 속의 진주'라는 말도 이때 생겨났다.
최근 그 알짜가 쏙 빠진 빈 껍데기 집이 많다는 소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낳은 신조어 '깡통주택'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금융권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대출 비중이 평균 경매낙찰률(76.4%)을 초과하는 대출자가 19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매낙찰률이 76.4%라는 것은 1억원짜리 주택이 경매에 나왔을 때 764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깡통으로 전락한 것이다. 집을 경매에 내놓더라도 빚이 남아 '채무의 그늘'에 갇히는 구조다. '깡통주택'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깡통주택은 가계부채 폭탄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신용 다중채무자는 이미 상환능력을 거의 소진했다. 하나같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상환 능력을 상실시키고 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려간다면 상환불능 늪에 빠질 공산이 짙은 것이다. 당장 부실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개월 이상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만도 4만명으로 전원 7등급 이하의 저신용층이다.
집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한 국민적 정서도 빚 청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집이 최후의 보루인 만큼 다른 금융자산을 동원해 빚을 갚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예고다. 선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깡통소리가 더 요란해질 수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부실도 배제 못한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
joosik@fnnews.com 김주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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