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호 오콘 대표 “3D로 만든 첫 극장판.. 아이들 위해 뽀로로도 변해야죠”
세상에 알려진 지 올해로 10년째인 뽀로로가 이제는 극장(24일 개봉)으로 달려간다. 뽀로로를 담은 스크린은 중국 만리장성도 동시에 넘는다. "콘텐츠는 한 자리에 머물면 안 됩니다. 아이들 콘텐츠라고 매번 똑같은 재미만 줄 순 없잖아요. 진보 없는 콘텐츠는 결국 오래 못갑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오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에게선 영화 개봉에 대한 기대감, 비장함, 사명감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구현된 뽀로로 첫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슈퍼썰매 챔피언이 되고 싶은 뽀로로와 친구들이 특별 훈련을 받고 얼음나라 노스피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뽀롱마을의 일상을 주로 다뤘던 TV시리즈와도 다른 스토리, 웅장한 음악, 3D 영상의 시각적 효과가 뽀로로의 신세계를 맛보게해준다. 이야기의 결은 단선적이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세대까지 즐길 만한 요소가 여럿 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80억원 제작비 중 중국 문화부 자회사 AGG가 30%를 댔다. 이 같은 투자 규모 덕에 중국 내에선 극장판 뽀로로가 자국영화로 분류돼 대규모 상영이 가능해졌다. 뽀로로는 24일 개봉 첫날부터 중국 내 6000∼8000개 영화관에 걸린다. 할리우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2'가 4000개관에서 상영된 것과도 비교되는 수치다. 중국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도둑들'은 3000개관을 잡았다. 오콘은 배급사 CJ E&M과 함께 베를린·칸 영화제 기간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대규모 세일즈도 펼칠 계획이다. 그는 "10년 된 뽀로로가 이제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뽀로로 영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노리는 건 사실 따로 있다. 그간 뽀로로 TV 시리즈를 방영한 국가는 전 세계 120개국에 이른다. 영화를 통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격상시키면서 뽀로로 브랜드를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것이 그가 꿈꾸는 최종 목표다. 가령, 2년 전 처음 문을 열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뽀로로 테마파크는 뽀로로 브랜드가 터준 길을 따라 해외로 내보낼 계획이다. 뽀로로 테마파크는 현재 전국 10여개에 이른다. "디즈니랜드와는 성격이 달요. 규모도 아담합니다. 쇼핑센터와 레스토랑 인근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잠시 들러서 한낮을 즐기는 공간이 콘셉트입니다. 맥도날드와 비슷하지요. 파크엔 교육적인 요소도 녹였습니다. 하드웨어보다 커리큘럼에 더 신경을 씁니다. 해외공략 포인트도 비슷해요." 그는 "콘텐츠 산업은 로열티 수익에 의존하기보다 진화된 사업 모델로 직접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새로운 방향"이라고도 했다.
10년 전 처음 뽀로로를 본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쯤 됐다. 그는 "이 아이들이 20대, 30대가 되고 그 자식들이 뽀로로를 보며 클 날이 올 것이다. 부모와 자식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국산 캐릭터를 잘 지키고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뽀로로엔 별다른 영웅도, 근사한 주인공도 없다. 문을 열면 바로 옆집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평범한 캐릭터가 뽀로로다. 그 평범함이 통했고, 세계서도 꽃필 날이 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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