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호 오콘 대표 “3D로 만든 첫 극장판.. 아이들 위해 뽀로로도 변해야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14 16:48

수정 2013.01.14 16:48

토종 캐릭터 뽀로로는 흔히 '뽀통령'으로 불린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뽀로로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일호 오콘 대표가 뽀로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토종 캐릭터 뽀로로는 흔히 '뽀통령'으로 불린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뽀로로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일호 오콘 대표가 뽀로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3∼7세 아이들에겐 '제왕'으로 군림하는 만화캐릭터 '뽀로로' 원작자 김일호 오콘 대표(45). 서울대 미대 출신의 김 대표와 대학 후배였던 아내, 두사람을 포함한 8명의 디자이너들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 쪼그려 앉아 허구한 날 펭귄만 그렸다. 홀쭉한 펭귄, 통통한 펭귄, 등이 굽은 펭귄, 날렵한 펭귄…. 대부분 두세살, 많으면 예닐곱살 아이들의 부모였던 창작자들이 철칙으로 삼은 건 두 가지였다. "우리 아이에게 이 펭귄이 좋을까, 우리 아이는 이 펭귄을 좋아할까." 수천마리 펭귄이 경쟁을 치렀고, 조합과 덧칠의 기나긴 여정 끝에 지금의 뽀로로가 탄생했다. 그때가 2002년. 당시엔 이 뽀로로가 몰고올 문화충격을 그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1년 뒤 EBS 방송을 탔고, 2∼3년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를 둔 가정은 변혁기를 맞는다.


집안 인테리어, 살림살이, 의류 패션 등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서 주황색 동그란 안경을 쓴 파란색 펭귄 '뽀로로'를 피해가기란 불가능한 일이 되기 시작했다.

세상에 알려진 지 올해로 10년째인 뽀로로가 이제는 극장(24일 개봉)으로 달려간다. 뽀로로를 담은 스크린은 중국 만리장성도 동시에 넘는다. "콘텐츠는 한 자리에 머물면 안 됩니다. 아이들 콘텐츠라고 매번 똑같은 재미만 줄 순 없잖아요. 진보 없는 콘텐츠는 결국 오래 못갑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오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에게선 영화 개봉에 대한 기대감, 비장함, 사명감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구현된 뽀로로 첫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슈퍼썰매 챔피언이 되고 싶은 뽀로로와 친구들이 특별 훈련을 받고 얼음나라 노스피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뽀롱마을의 일상을 주로 다뤘던 TV시리즈와도 다른 스토리, 웅장한 음악, 3D 영상의 시각적 효과가 뽀로로의 신세계를 맛보게해준다. 이야기의 결은 단선적이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세대까지 즐길 만한 요소가 여럿 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뽀로로 캐릭터에 대한 중국 아이들, 부모들의 반응은 이제 새로운 관심사가 될 듯싶다. TV시리즈와 해적판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도 뽀로로에 대한 인지도가 형성돼 있긴 하지만, 탄탄하진 않았다. 이번 극장판 뽀로로는 중국 정부 산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확 다른 출발이다. 김 대표는 "영화 제작 초기부터 중국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2년 전 해외 파트너십이 있으면 해외 진출도 수월할 거 같아 중국측에 타진했다. 뽀로로 캐릭터에 호감을 가진 중국 정부와 산하 기업이 적극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80억원 제작비 중 중국 문화부 자회사 AGG가 30%를 댔다. 이 같은 투자 규모 덕에 중국 내에선 극장판 뽀로로가 자국영화로 분류돼 대규모 상영이 가능해졌다. 뽀로로는 24일 개봉 첫날부터 중국 내 6000∼8000개 영화관에 걸린다. 할리우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2'가 4000개관에서 상영된 것과도 비교되는 수치다. 중국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도둑들'은 3000개관을 잡았다. 오콘은 배급사 CJ E&M과 함께 베를린·칸 영화제 기간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대규모 세일즈도 펼칠 계획이다. 그는 "10년 된 뽀로로가 이제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뽀로로 영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노리는 건 사실 따로 있다. 그간 뽀로로 TV 시리즈를 방영한 국가는 전 세계 120개국에 이른다. 영화를 통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격상시키면서 뽀로로 브랜드를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것이 그가 꿈꾸는 최종 목표다. 가령, 2년 전 처음 문을 열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뽀로로 테마파크는 뽀로로 브랜드가 터준 길을 따라 해외로 내보낼 계획이다. 뽀로로 테마파크는 현재 전국 10여개에 이른다. "디즈니랜드와는 성격이 달요. 규모도 아담합니다. 쇼핑센터와 레스토랑 인근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잠시 들러서 한낮을 즐기는 공간이 콘셉트입니다. 맥도날드와 비슷하지요. 파크엔 교육적인 요소도 녹였습니다. 하드웨어보다 커리큘럼에 더 신경을 씁니다. 해외공략 포인트도 비슷해요." 그는 "콘텐츠 산업은 로열티 수익에 의존하기보다 진화된 사업 모델로 직접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새로운 방향"이라고도 했다.

10년 전 처음 뽀로로를 본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쯤 됐다. 그는 "이 아이들이 20대, 30대가 되고 그 자식들이 뽀로로를 보며 클 날이 올 것이다. 부모와 자식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국산 캐릭터를 잘 지키고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뽀로로엔 별다른 영웅도, 근사한 주인공도 없다. 문을 열면 바로 옆집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평범한 캐릭터가 뽀로로다.

그 평범함이 통했고, 세계서도 꽃필 날이 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