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필 협연 앞둔 조성진 “음악은 느끼는 것..”
파이낸셜뉴스
2013.03.13 17:08
수정 : 2013.03.13 17:08기사원문
지난해 10월 훌쩍 프랑스(파리국립고등음악원)로 유학 갔던 피아니스트 조성진(19·사진). 그가 파리에서 가장 즐겨 다니는 곳은 성당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마레지구 예술인아파트에서 센강변 노트르담 성당은 걸어서 5분이면 간다. 베를리오즈와 리스트가 신작을 자주 올렸던 생 외스타슈 성당도 그의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모차르트가 엄마의 장례식을 한 곳도 거기예요. 기도하러 가는 건 아니고요. 그냥 느끼러 갑니다."
다음달 뮌헨필하모닉(22일·서울 예술의전당) 협연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그를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성진은 14세이던 2008년 모스크바 국제청소년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10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해 파란을 일으켰고, 이듬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에 입상하면서 콩쿠르 이력의 정점을 찍었다. 지휘자 정명훈의 잦은 러브콜로 여러 번 그와 한무대에 섰다.
이런 짧은 답변이 확 길어지면서 눈이 초롱초롱 빛난 건 본격적인 음악 이야기를 할 때였다. 2년 전 "10년 내 협주곡 40개를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건 어느 정도 이뤘느냐고 묻자, 잠시 숫자를 세어보더니 "25개 정도는 될 거 같다"며 의기양양해했다. "물론 바로 시키면 좀 힘들 거예요. 일주일 시간은 줘야죠.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은 열다섯번 넘게, 쇼팽 1번도 열번 넘게 해봤어요. 가장 자신있는 곡들이에요. 모차르트 협주곡 중에선 20번·21번을 좋아하고요. 베토벤은 3번·4번·5번, 라흐마니노프는 2번·3번 그리고 슈만, 그리그 곡 까지도 가능해요. 브람스는 지금 공부 중에 있습니다."
쉼없이 "전진 또 전진"을 실행하는 이 연주자는 "자연스러운 소리, 자신만의 사운드" 찾기에 빠져있다. "사실 제 나이에 브람스 곡을 치면 어른들이 봤을 때 '아직 뭘 모른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일부러 아는 척하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 나이엔 쇼팽, 슈만의 낭만음악이 더 어울릴 수 있어요. 나이에 맞는 연주가 따로 있거든요. 프랑스에 있으니까 드뷔시, 라벨의 피아노 음악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라벨의 피아노 음악은 두 시간 분량밖에 안됩니다. 프랑스적인 영감 같은 걸 찾고 있는데, 지금은 그게 뭔지 정확히 안 잡힙니다."
내달 뮌헨필 협연 무대에선 로린 마젤 지휘에 맞춰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그는 "곡 자체가 특별하다"며 "베토벤 5개 협주곡 중 가장 낭만적인 곡"이라고 했다. "보통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먼저인데 이 곡은 피아노로 시작해요. 전체적으로 신비롭고 여성스러운 분위기예요. 카리스마 강한 열정의 베토벤이 여성성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곡에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다 녹아있습니다. 그걸 제대로 다 표현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그는 화려하게 주목받았던 지난 시간을 두고 "특별한 게 없었다. 난 음악을 잘 느끼는 사람, 그 정도다. 평범했다"고 평했다. 파리 생활은 프랑스어 소통의 어려움을 빼곤 문화적 즐거움으로 충만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과 연주자들의 공연을 시시때때로 보고, 박물관·미술관 순례는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다. 작은 카페에서 와인 마시기, 혼자 갑작스레 떠나는 여행, 모든 게 도전이자 기쁨이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하는 걸 많이 해봐서 외로움을 안 타요. 이제 파리로 돌아가면 스위스 여행을 잠깐 할 거예요. 제 눈앞의 모든 게 그저 신기합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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