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롤모델’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 설립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을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2013.05.26 16:48   수정 : 2013.05.26 16:48기사원문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모델로 유명한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설립자이며, 현재 요즈마그룹 회장인 이갈 에를리히 회장이 다음 달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 정부와 함께 한국에 '창업운동'을 일으켜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 능력을 기업으로 만들고, 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 창업경제의 성공을 이끌어낸 에를리히 회장에게 한국 창업정책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한국에 여러 차례 왔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20여년 전 이스라엘 수석과학관으로 근무할 때 한국에 처음 왔다. 대여섯 번 왔는데 한국 경제가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한국은 파워컴퍼니(대기업)들이 인상적이다. 대기업들이 어떻게 건강한 국가경제를 일으키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한국 벤처기업들은 잘 모른다. 한국 벤처기업들은 아직 세계시장에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6월 설립하는 한국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거부터 한국과 이스라엘은 닮은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생겨나 활동하게 된 시기도 비슷하고 자원이 부족하고, 국민이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 정부와 협업을 하고 싶어 지사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지사장으로 일하게 될 이원재 지사장도 이스라엘에 있었기 때문에 두 나라를 잘 안다. 요즈마그룹은 한국에서 더 많은 회사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한국 회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요즈마는 한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것이다. 특히 초기에 1~2개 회사를 발굴해 집중 지원할 생각이다. 요즈마 한국지사는 한국의 벤처캐피털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즈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어떻게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요즈마는 한국 정부, 기업과 협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요즈마 한국지사가 직접 투자하는 것인가.

▲직접투자는 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나 이미 구성돼 있는 펀드와 손잡고 요즈마의 노하우가 접목된 새 펀드를 만들 것이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이 요즈마가 지원할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정부가 나서서 더 많은 벤처회사에 투자하고, 이들이 세계에 진출하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고 싶다. 한국지사는 로컬펀드와 벤처회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직 지원대상 회사를 정하지는 않았다.

―요즈마가 지사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유독 한국에 지사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요즈마는 해외 여러 나라에 컨설팅을 해왔다. 지금도 여러 해외 나라에서 컨설팅 요구가 들어온다. 아시아 국가들은 기업이 직접 요청해서 컨설팅을 시작했고, 캐나다·뉴질랜드·스페인은 정부·은행 등에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컨설팅을 했다. 이스라엘에서 요즈마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공유했다. 하지만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컨설팅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말하면 정부의 열정에 동의했다. 정부가 창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때문에 한국 벤처산업이 글로벌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요즈마펀드가 성공한 비결은.

▲첫번째 성공요인은 적기 투자다. 이스라엘에서 요즈마가 시작됐을 당시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막 시작하는 작은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을 때 정부가 요즈마를 만들어 투자를 시작했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으려 할 때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찾아내 적기에 투자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요인은 세계적인 파트너십을 빠르게 진행한 것이라고 본다. 세계의 투자자들을 요즈마의 투자에 유입했고,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세번째는 요즈마 경영간부들의 영향력이 있었다. 전문적인 식견으로 투자대상을 찾아냈고, 투자한 벤처회사가 실패하더라도 벤처회사에 용기를 줬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이다. 우선 투자금을 지원했고, 실패를 용인하는 요즈마의 경영방침에 정부가 동의해 줬다. 이런 요인들이 모여 요즈마가 성공할 수 있었다.

―요즈마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당시 한국의 창업정책이 이스라엘과 다른 점을 분석해 봤는가.

▲두가지 정도 다른 점이 있어 보인다. 당시 한국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 힘들었고, 이를 지원할 네트워크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또 중소기업들을 대기업이 많이 인수했다. 그래서 작은 벤처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던 것 같다. 결국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대부분 사람이 말하듯 한국 사회가 기업의 실패에 관대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 벤처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한번 실패하면 바로 멈췄다. 실패는 바꿀 수 있다. 대학생들이 실패위험(리스크)을 안고 도전해야 하는데 그냥 끝냈다.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사회와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리스크를 인정해야 한다.

―실패에 관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지원하면서 실패에 관대하면 도덕적 해이가 문제 되지 않나.

▲바로 그것이 문제다. 한쪽만 보는 정책의 문제다. 사람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도전할 기회를 줘야 한다.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재도전하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가 돈을 줬어도 확신을 얻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투자다.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한다. 요즈마는 정부가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고 벤처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투자한 회사가 실패하면 돈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패한 것을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부분과 도덕적 해이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구조와 문화가 이스라엘과 한국 정부의 다른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처음부터 실패를 용인하는 구조를 만들었나, 아니면 요즈마 운용 과정에서 마련했나.

▲이스라엘 정부도 시작할 때부터 이런 구조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창업정책은 리스크를 나누는 것이었다. 여러 번 창업투자를 하면서 정부와 투자회사가 모두 돈을 잃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즈마 운용 과정에서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깨닫고 바꿔 나갔다.

―요즈마의 성공 포인트 중 하나가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인데,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해야 한다고 보나.

▲모든 정부는 정책을 만든다. 금융도구 등 투자시스템을 바꾸기도 한다. 회사들은 비즈니스를 고민한다. 정부는 대중적인 이익을 고민하고, 회사는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한다. 정부는 많은 회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에 특정한 곳에만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는 직접 투자하거나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정책보다는 모태펀드, 펀드 오브 펀드를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에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공직자였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한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긴밀하고 우리는 똑같은 시기, 똑같은 환경이 있다. 비슷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을 정부가 지원하고, 실패해도 개인을 탓하지 않는다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또 벤처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다국적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젊은 창업자들은 용기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많은 투자자가 지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고수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성초롱 기자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 창업정책의 성공 원동력인 민관 합동 투자기금 '요즈마펀드'의 설립자이자 현재 요즈마그룹 회장이다.

1992년 이스라엘 산업무역부의 수석 과학자로 근무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을 연구했다. 이후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함께 첨단과학기술사업에 투자할 국내외 자금을 유치하는 요즈마펀드를 설립했다.

요즈마펀드는 40여개의 벤처 기업과 11곳의 대형 벤처캐피털 펀드를 탄생시켰다. 요즈마 펀드는 2억달러(약 2200억원) 규모로 시작해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로 확장돼 있다.
이스라엘은 요즈마펀드를 기반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1조원)의 벤처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은 1996년 이스라엘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2002년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요즈마펀드는 지난 1997년 민영화 이후 1998년 요즈마2, 2002년 요즈마3를 설립해 현재 요즈마그룹으로 성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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