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지(Edge)와 너지(Nudge)

파이낸셜뉴스       2013.09.10 03:35   수정 : 2014.11.03 14:39기사원문



몇 년 전 모 여성탤런트가 유행시킨 말이 있다. 바로 "에지(Edge) 있게"라는 말인데 모 드라마에서 쓴 이후에 온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패션 관련 드라마였으므로 아마 '패션 스타일이 독특하고 개성이 있어서 눈에 띄는' 정도의 뜻이라 짐작이 되지만, 단어 자체에 그런 뜻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편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단어 본래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많은 곳에서 '에지 있게'라는 표현이 쓰이고 심지어는 에지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 유행이 되지 않는 이른바 에지 프리미엄(?)까지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기업의 경쟁우위를 칭하던 말이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에서 좋고 나쁨을 가리는 잣대가 돼버린 듯하다. 한국식 영어니 정말 에지 있는 표현이라는 둥 비양거림이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가 웬만큼 튀는 생각이나 행동에 너그러워져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순기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방식도, 그 반응도 에지 있어지는 부작용 또한 생겼다는 얘기다.

요즘 언론지상에 표출되는 사회적 갈등이 간단치 않다. 예전 같아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법한 규제나 규율이 만만치 않은 저항으로 너무도 큰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간단한 예로 금연 대상을 확대하면서 금연구역에 PC방을 포함한다니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흡연방 허가를 받아 입장료를 받는 대신 PC 사용을 무료로 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만큼 유연한 정책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본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민주화될수록 의견을 전달하고 공동의 규범이나 규율, 나아가 사회통합을 만들어내는 데는 이제 세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한들 일방통행식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고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그런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정부나 규제당국에는 이른바 부드러운 시장개입으로 시장참여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너지(Nudge)정책'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너지 효과란 몇 년 전 시카고대 리처드 탈러 교수와 하버드대 카스 선스타인 교수가 저술한 '너지'라는 책에 소개된 것으로, 저자 중 한 명인 선스타인 교수가 오바마 정권의 금융·환경 등 각종 규제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으면서 새삼 관심을 끌게 됐다.

너지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경고 문구보다는 변기 속 파리 그림으로 변기의 지저분한 정도를 줄인다거나, 무단투기가 많은 곳에 농구골대 형상의 쓰레기통을 만들어 쓰레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계단을 피아노 모양으로 만들고 밟으면 소리가 나게 해 계단 이용을 유도하는 사례 등이 모두 너지 효과를 활용한 것이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강요나 금지나 보상이 아니며 몇 마디 문구로는 사람을 온전히 변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그 출발이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금융, 창조경제의 밑바탕에는 시장참여자, 즉 플레이어가 에지 있게 변화해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관리자나 정책입안자는 에지보다는 너지가 정답인 거라 말하고 싶다. 단기간 정책적 효과나 과거의 규제편의적 사고를 가지고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파리를, 농구골대를, 피아노 건반을 그려 넣어야만 창조도 살리고 마찰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에지가 대세인 세상이다. 에지 있게 살아야 생존한다. 하지만 규제마저도 에지 있게 한다면 과연 시장에 에지 있는 자가 살아남겠는가?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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