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최고의 접대 골프는 ‘조폭·뽑기’ 내기
파이낸셜뉴스
2014.02.23 17:56
수정 : 2014.10.29 14:45기사원문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골프 내기인 '조폭'과 '뽑기'는 모 대기업 임원들이 고안해냈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들은 골프를 못 치면 사장이나 회장으로부터 "머리가 나쁘거나, 운동 신경이 없거나,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지적을 당해 승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침잠을 줄여서라도 기를 쓰고 연습장엘 가게 된다.
그러니 핸디캡은 9 이하이거나 못해도 10~12는 유지한다. 하지만 이들은 윗사람을 모시거나 접대 골프가 많은 탓에 필드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대기업 임원 입장에서는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면서 막판에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전략을 짜면 '최고의 접대 골프'가 이뤄지는 것이다.
15번 홀까지 실력을 발휘해 내기 돈을 거의 다 거둬 들이면 동반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마련이다. 그러나 16번홀이나 17번홀에서 동반자들 모르게 방향을 살짝 틀어 드라이버샷 OB(아웃오브 바운스·2벌타)를 내게 되면 트리플 보기를 범하게 마련이다.
"아, 꼭 막판에 오면 한 번씩 OB를 낸단 말이야" 하면서 고의가 아닌 척 둘러대며 딴 돈을 몽땅 토해내면 상대방들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나쁘게 말하면 '져주기 게임'이지만, 좋게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뽑기'는 일종의 하향 평준화 게임이어서 스포츠 정신에는 위배된다. 하지만 잘 치는 사람이 못 치는 사람과 어울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접대 대상이 좀 못 치더라도 '조커'를 뽑거나 고점자와 한편이 되면 그 홀에 걸린 내기 돈을 딸 수가 있다. '90~100타'를 치는 하점자와의 접대 골프에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조폭'과 '뽑기' 내기를 할 때마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절묘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미국·유럽·일본 사람들은 거의 골프 내기를 않는다지만, 해외 바이어들과의 골프 때 이런 오묘한 게임 방법을 잘 설명하면 내기에 쏙 빠져들지 않을까. 계약도 잘 이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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