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받으려면 10% 더 내라”
파이낸셜뉴스
2014.03.10 17:47
수정 : 2014.10.29 05:16기사원문
#. 2년 전에 내놓은 집이 팔려 최근 지은 지 10년 된 아파트로 이사한 오모씨(36)는 이사 관련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오씨는 이사업체의 말에 따라 도배.장판 등 간단한 집수리와 이삿짐 운반비용을 합쳐 이사비용으로 400만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비용 결제 때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자 부가세 10%를 더 달라는 업체 측의 주장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금을 건네야 했다. 오씨는 "소득공제 축소로 올해 연말정산에서 수십만원을 환급당해 앞으로는 무조건 현금영수증을 받자는 계획이었는데 연초부터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난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이사업체와 인테리어 업체들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하거나 부가세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종은 올해부터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대상에 포함됐지만 업체들 상당수가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앞세워 법을 외면한 채 현금가 할인을 유도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행 회피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포장이사와 인테리어 업종(도배만 하는 경우 제외)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에 새로 편입됐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포장이사 운송업과 인테리어 업종, 결혼사진 및 비디오 촬영업 등 10개의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을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종은 올해부터 3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거래할 때 고객이 요구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며 오는 7월부터는 10만원 이상 거래로 확대된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자신들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업계 관행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자가 소비자를 가장해 이사업체와 인테리어 업체 10여곳을 대상으로 법이 바뀌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줘야 하는데 가능하냐고 묻자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10%를 더 내거나 다른 곳을 알아보란 식의 반응을 보였다.
경기 고양시의 한 인테리어업체 대표는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이사수요가 줄면서 놀다시피했는데 현금영수증까지 발행해주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와 봄 이사철 및 결혼 시즌 영향으로 이사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 같은 소비자 불편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의식전환·신고포상제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현금할인을 유도하는 업체들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무회계법인 으뜸의 박지민 대표 세무사는 "주택을 팔 때 인테리어비 등 취득 후 수선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연말정산은 물론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계산 시에도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의 세무전문 변호사는 "탈세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탈세업체에 아무렇지 않게 동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며 "탈세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세청은 현금영수증을 소비자에게 발급하지 않는 경우 의무발급 대상업체에 미발급 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신고자에게는 20%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상금 지급한도는 건당 최고 300만원, 개인별로 연간 1500만원 이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업체를 신고하면서 실제 현금거래가 있었는지는 사전에 계약서를 쓰거나 계좌이체 내역, 입금증 등으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며 "신고자의 신원이 철저히 보장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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