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김남호씨 동부화재 지분, 담보 없이는 자율협약 무의미”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동부제철 자율협약에 김준기 회장 장남 김남호씨(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주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맺어도 동부그룹이 김 부장의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부제철을 정상화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 하지만 동부그룹은 끝까지 버틴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이 김 부장의 화재 지분을 내놓지 않는다면 동부제철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결국에는 양보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자율협약에 합의를 하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서도 채권단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김 부장의 동부화재 주식 말고는 동부제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김 부장의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잡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자율협약을 맺어도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으로 끝까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양측이 끝까지 줄다리기를 하면 동부제철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오너가의 책임지는 자세와 함께 유일한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일단 동부제철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한다. 동부그룹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한 상태다.

문제는 동부제철 유상증자의 자금원이다. 그동안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부 역시 채권단의 의견에 동의를 한 상태다.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갖고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 420만주(800억원 규모)는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채권단은 이 담보를 풀어 주는 대신 김 부장의 화재 지분을 담보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의 화재 지분 역시 일부 담보로 잡혀있지만 추가적으로 1700억~2000억원 정도는 추가 담보 여력이 있다고 금융권은 판단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김 부장의 화재 지분은 경영권과 관련 있는 지분으로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부그룹에서 김 부장의 화재 지분 이외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화재지분을 내놓을 것이라고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이 자율협약에 적극 협조한다고 밝힌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부장의 화재지분 담보제공 없이 자율협약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mail]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