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 정명화·정경화 공동예술감독
파이낸셜뉴스
2014.06.30 17:46
수정 : 2014.06.30 17:46기사원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사진 오른쪽)는 캐스터네츠로 짝짝 소리를 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손에 쥔 캐스터네츠는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 연주가 시리즈 첫 무대(24일)에 서는 스페인 댄서 벨렌 카바네스의 악기였다. 카바네스는 두 손에 이 악기를 쥐고 플라멩코 춤을 추며 대관령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누빌 예정이다. 정경화는 "이탈리아 음악은 태양처럼 밝고, 스페인곡은 칼로 찌르는 듯한 강렬함과 동시에 어둠을 품고 있다"며 "올해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무대로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올해 주제는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 제목인 '오 솔레 미오(나의 태양)'로 정했다. 이탈리아서 9년동안 살았던 정명화 감독은 "현악기 명가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가 거기서 태어났고, 오페라 발상지도 거기다. 모차르트는 여섯살 때 이탈리아에서 무대에 섰는데 평생 그곳을 잊지 못했다. 브람스는 여름이면 열다섯번이나 이탈리아를 다녀갔다. 예술의 영감이 이탈리아에 있다"고 했다.
정경화 감독은 "이번 음악제에서 언니(정명화)가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플로렌스 6중주도 차이콥스키가 플로렌스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곡한 곡이다. 아티스트들 화풍도 작업 장소가 남쪽이었는지, 북쪽이었는지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고흐 그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며 "찬란한 빛, 거기서 태어난 클래식을 만끽할 차례"라고 거들었다.
올해 음악제에서 연주될 101곡 중 50여곡이 이탈리아, 스페인 관련 곡이다. 16세기 작곡가 몬테베르디, 비발디, 보케리니, 베르디, 파가니니부터 현대 작곡가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이곳 출신 연주자들은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뮤직텐트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는 이는 스페인 지휘자 안토니 로스 마르바다.
올해로 4년째 이 음악제를 이끌고 있는 두 예술감독은 그간 가장 힘든 것이 역시 재정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정명화 감독은 "보통 페스티벌 프로그램은 2∼3년 전에 나와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매번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인다. 이제는 예산이 안정해져도 아티스트 섭외부터 해놓고 본다"며 웃었다.
정경화 감독은 "음악제를 통해 영재를 키워내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 3주 정도 음악학교로 굉장한 성과가 있었다. 앞으로는 겨울에도 페스티벌을 열어 6주 정도 '윈터스쿨'을 열 수 있길 기대한다. 이게 정착되면 방학기간 어린 아이들이 해외로 갈 필요가 없게 된다. 10년 정도 지나면 한국음악에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이다. 누구든 붙잡고 도움을 요청해보고 싶다"고 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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