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무역금융사기, 해법은 없나
파이낸셜뉴스
2014.11.12 17:07
수정 : 2014.11.12 22:15기사원문
금융권을 뒤흔든 'KT ENS'와 '모뉴엘' 발 무역금융사기사건을 계기로 무역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들은 무역금융 사기 사건 이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역금융 사기 사건에 대해 실사에 들어가는 동시에 보완책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제2의 모뉴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무역금융 시스템 개선 △금융기관의 현장 중심 심사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기업가정신 함양과 윤리의식 고취 등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단 금융사기수법을 감안하면 해당 은행이 '종이' 서류와 책상에서 이뤄지는 심사에만 매달리지 않았다면 무역금융사기는 최소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은행이 해당 기업의 본사나 생산공장을 방문해 점검하거나 재무자료를 면밀히 들여다봤다면 금융사기를 감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현장 방문이나 서류 심사 등을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10개 금융기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다.
결국 기업의 명성과 인지도만으로 서류 심사를 하는 관행을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잇단 금융사기는 금융기관이 기업들의 신용조사와 여신심사를 하는 데 있어 현장방문이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였다"며 "장부상의 회계 기록에만 의존한 심사가 아니라, 현장 실무자나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면담, 공장방문 등의 현장심사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무역금융 시스템의 개선
무역금융사기는 허점 투성인 국가간 무역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출채권의 운용상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과 운용상의 혁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창수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융사기 사례는 모뉴엘의 사기성 의도가 초래한 결과지만 결국은 무역보험공사나 대출은행의 감시 시스템이 헛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시스템적으로 보완하자면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신용보증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사전적으로 일정한 조사와 심사를 하겠지만, 보증 제공 이후에도 조사와 심사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도 마찬가지로 보증만 믿지 말고 사전적·사후적 심사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은행은 신용조사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해외 신용조사기관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해외금융기관과의 제휴 등을 통해 수입자의 신용조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수입자의 정보를 확충하고 수입자에 대한 신용조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실시간 무역금융 거래 이상 징후를 조기 식별할 수 있도록 전산 상시감시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 IoT시스템 활용
일각에서는 ICT강국 답게 기업의 서류 조작과 허위 매출을 차단하기 위해 첨단 ICT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특정 기업이 생산에서 해외 수출까지의 과정을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전과정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IoT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등 대상과 위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데 특정 제품에 IoT기술을 적용하면 제품의 위치, 생산이력, 가격 등 정보를 모바일기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업의 제품이 해외에 수출된 후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돼 실질적인 매출을 올렸는지, 아니면 창고에 쌓여있는 지도 파악할 수 있다. 결국 물품을 보내지 않거나, 물품 대신 돌멩이를 실어보낸 후 선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기사건이 어렵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ICT기술이 무역금융 시스템의 보완수단으로서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무사안일 관행 근절
잇단 무역금융사기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 통제 부실이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최근 "KT ENS 대출 사기와 모뉴엘의 위장수출 관련 대출사기 사건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부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여신 심사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즉 심사 범위와 심사 횟수 등을 현행보다 엄격히 해야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단순한 서류심사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과 기업간 무역금융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외수출입거래나 국내 상거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매출채권"이라며 "실제 물건을 수출했는지, 실제 상거래에 수반한 채권인지의 진위여부을 확인하기 위한 규정이나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성초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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