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항을 읽다

파이낸셜뉴스       2015.01.15 13:47   수정 : 2015.01.15 13:47기사원문



인문학, 공항을 읽다/ 크리스토퍼 샤버그/ 책읽는귀족

항공 수송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용 비행장. 공항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공항은 더이상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공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출장이 잦은 사람에겐 업무 현장의 연장선으로, 가족이나 연인을 떠나보내는 사람에겐 이별의 공간으로, 생업에 묶여있는 사람에겐 선망의 공간으로. 저마다의 경험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공항의 의미는 달라진다.

공항이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걸 본격적으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은 그간 없었다. 문학 작품에 나타난 공항의 모습을 통해서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다. 대학에서 현대문학 비평을 가르치는 저자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점차 감성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공항의 의미에 주목했고, 자신의 장기인 문학 작품 분석을 통해 '공항을 읽었다'.

"이 책은 공항의 '텍스트성'에 관해 사색한다. 텍스트는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중략) 텍스트는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어렵든 단순해 보이든, 해석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택스트는 (문화적이거나 지역적이거나 글로벌한) 어떤 이야기에 대응한다. 나는 이들 이야기가 공항 주변에서 엮어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그곳에서 풀려나오는 해석적 실타래를 따라갈 것이다."(8쪽)

공항의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저자는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비롯한 동서양의 문학 작품을 들여다보고 심지어는 한국의 시인 고은이 등장하는 시까지 인용한다. 생태학자이자 시인인 게리 스나이더의 '강인한 영혼'(2005년)이다.

"이 시에서 스나이더는 공항에서 '다른' 사람을 태운다. 시 중간에 스나이더는 "공항에서 그를 곧 만날 것"이라고 말하고 몇 줄 뒤에는 "세관에서 (고은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간다고 밝힌다.
시에서 공항은 주변적이고 삭막하고 단순한 무대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262쪽)

'문학 작품의 분석을 통한 읽기'라고 하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저자는 한 때 공항에서 일했던 적이 있어서, 경험에 기반한 분석이 오히려 친근한 느낌을 준다. 결국은 일상에서 회자되는 평범한 공항 얘기, 공항의 비밀스런 얘기, 공항에서 벌어지는 당황스럽거나 언짢은 얘기들이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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