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년 주년…한일 관계 정상화되나'

파이낸셜뉴스       2015.02.12 15:03   수정 : 2015.02.12 15:03기사원문

올해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국교 정상화 50년이 되는 해이다. 수교 50년을 계기로 새로운 차원의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기대보다는 오히려 걱정스러운 해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를 지우고 미래로 향하려는 일본과,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이에서 현재의 접점은 희미하다. 무엇 보다 심각한 것은 한·일 관계가 순방향의 차이가 아니라 역방향의 대립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존재하는 경제적 상호 의존을 포함해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공통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전략도 분명 공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이해 양국이 걸어온 지난 50년의 역사를 회고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어떻게 엮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큰 틀에서 양국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서로 간에 국민감정을 무마하는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일 양국, '역방향 대립'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끝나버린 이후 한·일 양국은 역방향 대립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일본과 한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화만 해오고 있다. 일본은 기억하고 싶은 과거만을 기억하고, 선별한 과거만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사 문제의 선해결을 주장하며, 변함없이 과거를 강조한다. 일본은 '미래를 향한 과거 경시'를, 한국은 '미래를 위한 과거 중시'하는 태도로 양국은 역방향 대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서로 옆에 앉아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의견을 교환했다. 그 후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조기에 열고 그걸 토대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이 떠올랐지만 현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새해들어 한일 양국에서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그동안 냉각된 한일 관계의 해법 필요한다는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양국 전문가들은 한일 조기 정상회담의 개최에 이어 지난 반세기 동안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한일공동선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투트랙으로 선회하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적 사실은 양보할 수 없지만,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투트랙으로 역사인식 부분에 대한 분명한 요구와 함께 과학기술 분야는 협력을 유지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전 주일 대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를 분리해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투트랙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과거사·영토 갈등 문제와 안보·경제협력을 분리해 대응하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과는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일종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은 일본의 변화나 양보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얼마 전까지도 이런 말은 하기 어려웠다.

신 소장은 "국민감정과 국익이라는 미묘한 경계선 위에서 기다림이 최선은 아니다"며 "한일관계 개선 위해서는 한일 정상회담 조기개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5년 제자리 걸음 위안부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25년 동안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91년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증언에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1년 8개월의 조사를 바탕으로 1993년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을 담은 고노담화를 발표했다.

또한 1995년에는 아시아 여성 기금을 발족해 위로금과 총리 편지를 전달했지만 대부분 피해 할머니들은 거부했다. 일본 정부가 아닌 국민의 기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게 거부 이유였다.

이후 2012년 일본은 주한 일본 대사의 사과 방문과 정부 보상금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사사에안'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막판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지만 5차례 회담은 쳇바퀴만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극우 성향인 아베 총리 정권의 우경화 행보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얼마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수교 50년을 맞은 한일관계의 새로운 변화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베 담화', 무라야마 담화 계승하나

오는 8월에는 전후 70주년 이른바 '아베담화'가 나온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는 총선 후부터 새로운 담화 발표에 남다른 의지를 밝힌데다 지난 1월 5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그 의지를 재확인했다.

'담화'는 내각과 장관들의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그 자체가 어떠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담화에 아무런 구속력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담화는 그 자체가 아니라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내각의 힘이 사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 지배 전반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를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전체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행일치 여부에 대해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는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패전일 무렵에 발표할 담화(아베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단어를 그대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사설을 통해 "식민 지배나 침략이라는 앞선 일본의 행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 것이 아니다"며 "아베 총리가 역내 내각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으면서도 핵심 표현을 이어받는 데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할 의향을 표명하고 있는데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면 몰라도 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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