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추락...앞으로가 더 걱정
파이낸셜뉴스
2015.06.03 15:50
수정 : 2015.06.03 19:34기사원문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는 한국 증시를 끄는 '수레'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18%를 차지한다. 영업이익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다. 코스피가 의미 있는 반등(2005년 1000포인트, 2007년 2000포인트)을 할 때 '견인차'였다.
그런데 최근 덩치 큰 기관차가 멈춰섰다. 투자 확대와 배당 곳간을 활짝 열었지만, 멈춰선 기관차는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뭘까. 혹시 성장동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삼성 등 국내 제조업체의 상당수가 결국 중국에 치여 뒷전으로 밀려 날 것"이라며 투자의 발상 전환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3일 127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0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187조원으로 주저 앉았다. 삼성전자 주가 약세 배경에는 중국과 우울한 세계경제가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책임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보급률이 이미 90%를 넘었다"고 말했다.
더는 다른 회사가 따라 하기 힘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샤오미 같은 중국기업의 추격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갤럭시 S6'의 약발도 듣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범용화(commoditization)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이 오는 2017년엔 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21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 악화로 실적부진이 주가하락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배당확대, 신모델 출시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슷한 행보를 보이던 애플이 주주환원정책과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던 점을 상기시키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대차, 엔저 공세에 또 신저가
현대자동차는 이날 장중 13만2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최근 1년 중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현대차 주가가 최근 미끄럼을 타며 지난달 27일부터 시가총액 2위 자리에서도 내려온 상태다. 이날 현대차 시총은 29조8475억원까지 줄어들며 2위 SK하이닉스(36조2550억원)와 6조4080억원 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시총 4위인 한국전력(29조810억원)과 7660억원 가량 밖에 차이가 안 나 3위 자리도 위태롭다.
엔약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엔저 심화가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움츠러든 현대차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도 부진하다. 현대차는 지난 5월 국내에서 5만4990대, 해외에서 33만4309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8만9299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 감소한 수치다.
중국시장에서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소매 판매는 각각 8%, 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차 부문에서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미래에셋증권 박인우 연구원은 "주가가 5월 들어 크게 하락했는데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엔화 약세가 겹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신형, 구형 모델 병행판매와 다른 시장 대비 한발 늦은 신차 투입 등 중국 상품 전략은 전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 이익개선 '글쎄'"
삼성전자와 현대차까지 부러워하던 주식이 었었다. 포스코다. 하지만 이날 시가총액은 20조6197억원으로 10위에서 턱걸이하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어 생산제품인 철 수요의 급감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철강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최근의 철광석 가격 반등은 철강업체 이익 개선에 부담 요인이다"면서 "지금 같은 철강 시황에서 고로 업체인 POSCO의 빠른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룹 리스크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ICT와 포스코P&S, 포스코건설의 기업어음 등급을 'A1'에서 'A2'로 내렸고 포스코기술투자의 기업어음 등급은 'A2'에서 'A2-'로 낮췄다. 또 회사채 등급은 포스코P&S와 포스코건설이 'AA-'에서 'A+'로 내려갔고, 포스코기술투자는 'A'에서 'A-'로 강등됐다.
한신평은 "올해 포스하이알의 기업회생절차와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경영진에 대한 검찰 조사 등을 볼 때 포스코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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