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외국인-소액주주 마음 돌려 합병 성사
파이낸셜뉴스
2015.07.17 16:53
수정 : 2015.07.17 16:53기사원문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삼성 측이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여유 있는 표차로 따돌리고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찬성표를 유지한 가운데 장기 투자 성과를 중시하는 일부 외국 기관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삼성 쪽으로 기울면서 예상보다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참석주주 69.54%, 합병 환영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서 위임장을 제출하거나 현장 표결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은 1억3235만주로 참석률은 84.73%였다. 이 가운데 9202만3660주인 69.53%가 합병에 찬성했다. 전체 주식 총수(1억5621만주) 대비 합병 찬성률은 58.91%다. 관련법상 합병안건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했다.
확실한 반대표는 엘리엇(7.12%)과 메이슨캐피탈(2.18%)을 포함한 외국인 및 소액주주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총 주식수 대비 반대표는 25.82%다.
주총 전까지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42.14%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33.53%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와 24.33%의 소액주주의 표심이 합병 성공 여부의 키를 잡고 있었다.
■외국인·소액주주 표심 변화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기관이 예상대로 모두 삼성물산을 지지했다고 봤을때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가운데 16.77%가 합병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우호 지분을 지킨 가운데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표심이 찬반으로 갈라진 것이 삼성물산 합병 성사의 원동력이 됐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주주 가운데 장기 투자 성과를 중시하는 인덱스·뮤추얼 펀드 중심의 투자 기관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3.12%의 지분을 보유해 외국인 가운데 엘리엇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블랙록은 최근 국민연금과 함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놓고 삼성물산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합병 찬성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는 것이다. 뱅가드(1.28%), 디멘셔널(1.2%) 등 인덱스 펀드와 뮤추얼 펀드도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과는 거리를 뒀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의결권 자문 시장 1, 2위 업체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한 만큼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절반 이상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8%에 가까운 출석률을 보인 것으로 추산되는 소액주주의 표심도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일부 소액주주들이 합병 비율에 불만을 품고 공개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합병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일방적인 반대에서 찬성으로 표심을 옮긴 투자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임직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합병 위임장을 받는 고강도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상당수 소액주주의 마음이 합병 찬성으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측이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뮤츄얼펀드와 같이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주주 가운데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많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