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재활환자 두번 울리는 건보체계
파이낸셜뉴스
2016.01.05 16:55
수정 : 2016.01.05 23:01기사원문
입원 길수록 혜택 줄어 별도 의료수가체계 필요
1년 걸리는 재활치료, 두달마다 병원 옮겨야 지원
#. 50대 김모씨는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수술을 한그는 후유증으로 몸에 마비가 와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으로부터 2개월 후에는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치료가 덜 끝났기 때문에 병원을 옮길 수 없다고 버텼지만 재활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의료보험 제도 때문에 중장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재활환자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입원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의료보험 지원을 줄이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몇개월 이상 중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증 재활환자들이 '재활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은 "대학병원처럼 긴급 수술이 필요한 급성기 병원의 경우 환자가 입원한 후 15일이 지나면 입원료의 의료수가를 5% 삭감하고 2개월이 지나면 40%를 깎기 때문에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재활환자는 치료하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재활 환자는 수술 후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재활환자 의료보험 '사각지대'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척추 손상을 입은 환자는 일반적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량 재활치료를 받아야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이들도 단기 치료환자와 마찬가지로 1~2개월 후에는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치료의 연계성이 떨어져 치료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각종 비용부담도 눈덩이다.
우 회장은 "환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다보면 중복 검사가 진행되고 치료 적응 기간의 중복 소요 등으로 인한 비용의 증가를 초래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며 "심지어 퇴원을 둘러싸고 병원과 환자 보호자 간에 퇴원청구 소송이 발생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재활환자들이 6개월까지 입원이 가능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장기간의 요양 및 치료가 주된 목적이므로 재활치료를 통한 사회복귀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의료중증도가 높으면 수가를 올려주고 치료한 후 경증이 되면 수가가 깎이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운 재활의학과 개원의사회 회장은 "뇌졸중 환자도 80% 가량은 재활을 통해 혼자 일생생활을 하고 보행을 할 수 있도록 치료가 가능하다"며 "재활병원은 열심히 재활치료를 해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목표이므로 별도의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 별도수가 적용
미국은 급성기 환자에 대해서는 선불제 방식 정액제인 포괄수가제(DRG)를 적용하지만 재활병원, 정신병원, 소아암병원, 요양병원 등 특수 환자에 대해서는 다른 수가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질환 회복에 따라 급성기 재활, 아급성기 재활, 유지기 재활로 구분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급성기 재활에서는 급성기 병원에서 조기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아급성기 재활을 통해 아급성기 병동이나 회복기 재활병동에서 와병 생활방지, 재택 복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지기 재활을 통해 외래 통원 재활치료로 요양병원 등에서 생활기능의 유지.향상과 예방 등을 목표로 단기간 입원 재활치료를 하게 된다.
우 회장은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병원 규모에 따라 1·2·3차 의료기관으로 구분돼 있어 재활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재활 환자들이 더 늘어나므로 의료기관을 기능별로 분류, 재활병원에서 마음 놓고 치료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