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설계변경으로 예산 절감.. 캄보디아 건설역사 주도
파이낸셜뉴스
2016.03.14 18:28
수정 : 2016.03.14 18:52기사원문
포스코건설 캄보디아 고층빌딩 '익스체인지 스퀘어' 공사
국내 시공사례 보여주며 공기단축·예산절감 강조.. 현지서 현장답사 줄이어
【 프놈펜(캄보디아)=김은희 기자】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도시의 랜드마크 '와트 프놈펜'을 향해 자동차로 10분쯤 달리다 보면 우뚝 서있는 또 다른 랜드마크를 마주하게 된다.
포스코건설이 2013년 준공한 '바타낙 캐피털타워'다. 캄보디아인이 사랑하는 용을 닮은 이 건물은 문을 열자마자 프놈펜을 상징하는 대표 건물이자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1단계 사업 실적 덕에 2단계도 수주
익스체인지 스퀘어 사업은 공항에서 10㎞ 남짓 떨어진 프놈펜 중심부에 지하 4층~지상 22층, 연면적 5만9671㎡ 규모의 상업.업무용 빌딩을 짓는 것으로 자딘매디슨그룹 산하 부동산종합회사인 홍콩랜드가 1.2단계로 나눠 발주했다. 총 사업비는 8000만달러(약 955억원) 규모다.
포스코건설은 1단계 토목공사에 이어 2단계 건축공사까지 연달아 수주에 성공해 현재 골조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지난달 23일 14층까지 올라갔던 건물은 어느덧 골조공사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인 마감공사에 들어간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스코건설은 2014년 6월 익스체인지 스퀘어 2단계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 건설업체 1곳, 베트남 건설업체 2곳과 경쟁했지만 수주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앞서 1단계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한 덕분이었다.
1단계 사업에서 포스코건설은 과감한 설계변경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빠듯한 공기를 제때 맞췄다. 흙막이 연속벽 공법 등 제안한 시공법에 익숙지 않았던 발주처는 우려를 표했지만 포스코건설은 국내 현장에서 시공한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1단계 공사를 마친 후에는 오히려 발주처가 더 만족해했다.
자재변경을 통한 예산감축도 발주처가 흡족해한 부분이다.
홍콩 오비아룹사가 당초 설계한 대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경제성검토(VE·Value Engineering)를 통해 기능과 품질을 유지하되 금액을 낮출 방법을 찾았다. 홍콩의 엄격한 방화기준에 따라 선정된 창호재를 보급형 제품으로 바꿨고, 수입해야 하는 지정 페인트를 캄보디아에서도 구매 가능한 동일한 품질의 저렴한 제품으로 바꿨다. 포스코건설의 기술력을 믿었던 발주처도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
김정훈 현장 공무팀장은 "1단계 공사에서의 설계변경이 공사비 절감효과, 안전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덕분에 2단계 사업을 큰 경쟁 없이 수주하게 됐다"며 "입찰금액 자체는 비슷했지만 기술제안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현장 수행평가서 우수상 수상
익스체인지 스퀘어는 캄보디아에서 드물게 지하 4층까지 시공되는 현장이자 캄보디아에서는 처음으로 강관파이프로 지주 버팀대를 만든 곳이다.
이에 캄보디아는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지역의 개발업체가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는 등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특히 고층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캄보디아 현지 업체에 기술력과 함께 엄격한 안전과 환경 품질관리기법을 전수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익스체인지 스퀘어 현장에서 일한 현지 엔지니어의 몸값이 나날이 오르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박세환 현장소장은 무엇보다 현장안전을 제1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두차례 시행하는 TBM(Tool Box Meeting) 활동도 이 때문이다. 최대 1200여명에 달하는 작업자들은 오전과 오후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사현장 건너편 시민광장에 모여 안전체조를 한다. 캄보디아 수도 한복판에서 흘러나오는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 작업자들의 능수능란한 동작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는 TBM 활동 덕분에 익스체인지 스퀘어 공사현장에는 착공 이래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건설장비 점검, 안전수칙 교육 등을 빼먹지 않고 실시한 덕도 크다.
익스체인지 스퀘어 현장은 지난해 포스코건설이 해외에서 시공 중인 프로젝트 13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수행평가에서 당당히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이 뽑은 HSE(보건·안전·환경) 어워드에서 건축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1단계 사업에서 설계를 변경해 공기 연장을 막고 손실을 줄인 공로를 인정받아 사측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모범현장인 셈이다.
■"발주처와 신뢰 쌓아 시장 넓힐 것"
이번 사업의 목표는 성공적인 완공에만 있지 않다. 발주처인 홍콩랜드와 신뢰를 쌓아 유대관계를 돈독히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현장 관계자는 강조했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캄보디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홍콩랜드의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홍콩랜드는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80만㎡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종합회사로 125년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해 순이익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수채의 빌딩을 지어 임대·관리하며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홍콩랜드와 손을 잡았다. 홍콩랜드는 시공업체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시행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홍콩랜드가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JV)를 이뤄 발주한 나심 프로젝트를 따냈으며 인도네시아 등에서 시행하는 신규 사업 입찰에도 꾸준히 초청받고 있다. 익스체인지 스퀘어 인근에서 진행될 아파트와 호텔 신축사업에도 초청될 전망이다.
박세환 소장은 "여느 동남아지역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에도 중국 건설업체가 많아 가격경쟁력에서 다소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발주가 예상되는 캄보디아에서 자사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이번 공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h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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