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결국 거대 식당가로…지역 상권과 충돌하나?
파이낸셜뉴스
2016.03.29 16:45
수정 : 2016.03.29 16:45기사원문
국내 최초 돔구장인 서울 경인로 고척스카이돔(고척돔) 지하에 대형 식당가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역 상인들과 충돌이 예상된다.
당초 지하에는 지역적 특성 및 시민편의를 고려한 볼링장, 의료시설 등 다양한 매장이 입점할 예정이었으나 공간 문제로 입점이 불가능해지면서 대부분 식당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고척돔, 거대 식당가?
29일 서울시설공단과 고척돔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인 돔구장 지하 5874㎡ 규모의 수익시설 공간은 20여개 식음료 매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고척돔 먹자골목 상인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공단은 고척돔 지하를 볼링장과 개인 의료시설, 옷가게, 체육 시설, 문화 체험 공간 등으로 조성하고 음식점은 일부 사용하겠다고 상인회 측에 이야기 했다"며 "(예정된 시설이)유치되지 않으면서 지하에 편의점 등 식음료 매장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도 "초기 볼링장 유치를 검토했으나 천장이 낮고 기둥 때문에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건강검진센터 유치도 역시 공간 문제로 불가능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식음료 매장이 입점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척돔 지하 매장에 식음료 매장이 들어설 경우 야구팬과 인근 먹자골목 최대 고객인 동양미래대 학생들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구일역에서 10여분을 걸어 고척돔까지 온 야구팬 입장에서는 다시 경인로를 건너 먹자골목으로 가기보다 가까운 지하 식음료 매장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미래대 학생들도 먹자골목 대신 깨끗하게 관리되는 고척돔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미래대 학생 김모씨(20)는 "아무래도 학교 앞쪽에 새 음식점이 많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볼 것 같다"며 "새 시설이고 다양한 음식이 있는만큼 관심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이 학교 2학년 이모씨(21)도 "주변에 좋은 커피숍이 없는데 시설이 깨끗한 돔구장 지하에 식음료 매장이 생기면 여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며 "대형 음식점이나 체인점 같은 곳이 생기면 요즘 식사약속 등이 많은 신입생들이 돔구장 지하 매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껑충 뛰었는데…
고척돔 지하에 대규모 식음료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인들 기대감은 위기감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돔구장 인근에 편의점들이 입점하다보니 기존 편의점들은 벌써부터 매출이 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고척돔 인근 상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상승, 상인들 걱정이 크다.
고척돔 인근 식담 점주인 김모씨(61)는 "야구장 들어온다고 해서 생활이 좀 나아지겠지, 방학 때 학생이 없어져도 수익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주변에 지하시설이 들어온다니 난감하다"며 "수익을 더 바라는 건 아니지만 계속 오르고 있는 월세가 문제다. 인근 한 식당은 월세가 100만원대 였는데 최근 200만원대로 올랐고 우리도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상인회 측은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경우 집회 등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고척돔 지하 매장의 영향으로 순님이 빠져나가면 시위를 할 것이다. 급하게 상인회 단체복도 맞췄다"며 "서울시설공단은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오히려 상인들 밥줄을 끊게 생겼다"고 비난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규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