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론디노네 '유성의 어두운 흐름을 지나서'

파이낸셜뉴스       2016.04.04 17:14   수정 : 2016.04.04 17:14기사원문
불멸의 시간, 찰나의 순간



'유성의 어두운 흐름을 지나서'는 1963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작가 우고 론디노네가 직접 쓴 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았다. 나무에 대한 관심은 1991년 인디언 잉크로 나무, 언덕, 시냇물, 집 등을 정교하게 그린 목가적인 풍경 드로잉 시리즈부터 시작됐다. 이후 1997년 로마에서 열린 개인전 '달빛과 아스피린'전에서 작가는 실제 살아있는 사과나무 줄기와 가지를 고무로 감쌌다. 2004년부터 본 작품과 유사한 합성수지로 주조한 나무 시리즈는 2006년부터 알루미늄으로 주조하고 흰색 에나멜을 칠한 거대한 나무 조각으로 이어진다 .

작가는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에 기댄 사실주의에 기초했다고 강조한다. "나는 작품을 이해하기보다는 느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느껴야 해요. 이 작품은 모두 아주 보편적인 상징을 사용합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서양이든 동양이든, 모두와 연관되지요." 작가는 부모가 태어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본 2000년 이상 된 올리브 나무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더불어 평화와 불멸을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는 시간과 이상향을 목가적인 자연과 관련지어 표현한다. 나무는 잎이 다 떨어진 가지가 단단한 줄기로부터 사방으로 뻗었다.
표면은 오랜 시절 공기와 바람, 먼지, 햇빛을 견디면서 생성된 주름으로 가득하다.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온 과거 시간을 내포한 기념비다 .

콘크리트와 흰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내부에 홀로 뿌리째 뽑힌 듯한 형태로 놓인 반투명한 올리브 나무. 가장 인공적인 것으로 구현한 가장 자연스러운 나무는 어쩌면 작가가 임의로 동결한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기억이 매 순간 찰칵찰칵 찍힌 가장 빛나는 사진 이미지로 남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적인 표면의 반짝거림은 긴 세월을 지난 나무가 상징하는 거대한 자연과 시간의 광활한 흐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외의 빛이다 .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