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시간, 찰나의 순간
'유성의 어두운 흐름을 지나서'는 1963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작가 우고 론디노네가 직접 쓴 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았다. 나무에 대한 관심은 1991년 인디언 잉크로 나무, 언덕, 시냇물, 집 등을 정교하게 그린 목가적인 풍경 드로잉 시리즈부터 시작됐다. 이후 1997년 로마에서 열린 개인전 '달빛과 아스피린'전에서 작가는 실제 살아있는 사과나무 줄기와 가지를 고무로 감쌌다. 2004년부터 본 작품과 유사한 합성수지로 주조한 나무 시리즈는 2006년부터 알루미늄으로 주조하고 흰색 에나멜을 칠한 거대한 나무 조각으로 이어진다 .
작가는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에 기댄 사실주의에 기초했다고 강조한다. "나는 작품을 이해하기보다는 느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콘크리트와 흰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내부에 홀로 뿌리째 뽑힌 듯한 형태로 놓인 반투명한 올리브 나무. 가장 인공적인 것으로 구현한 가장 자연스러운 나무는 어쩌면 작가가 임의로 동결한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기억이 매 순간 찰칵찰칵 찍힌 가장 빛나는 사진 이미지로 남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적인 표면의 반짝거림은 긴 세월을 지난 나무가 상징하는 거대한 자연과 시간의 광활한 흐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외의 빛이다 .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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