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응우옌하츠시바 '메모리얼 프로젝트II'
파이낸셜뉴스
2016.05.02 18:14
수정 : 2016.05.02 18:14기사원문
베트남 역사의 격변과 고통
깊은 물 아래에서 다이버들이 새해 행사에 사용되는 용 인형을 움직이면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카메라는 느리게 움직이면서 다이버들의 움직임과 몸의 표면을 훑듯이 가깝게 포착한다. 공 모양의 철창 속에는 수십개의 공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터지면서 공 내부에 든 염료가 피어오른다. 푸른 물과 붉은 용, 피어오르는 염료가 만들어내는 연무, 다이버들이 내뿜는 기포 등이 어우러지면서 시적이고도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준 응우옌하츠시바는 2001년 이래로 베트남의 복잡한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리서치로 수중 퍼포먼스 비디오를 네 차례 제작했다. 프로젝트의 하나인 '메모리얼 프로젝트II-해피뉴이어'는 1968년 1월 30일 음력 새해에 기습적으로 일어난 구정대공세(Tet Offensive)에 기인한 것이다. 용 인형은 베트남의 음력 설날인 테트에 대한 은유다. 알록달록한 염료가 터지는 공들은 설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불꽃놀이를 떠올릴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공세에 의해 남베트남 전역에 쏟아진 엄청난 폭격을 상징한다. 운명의 공이 내뿜는 짙은 염료가 바닷속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용과 둥근 철창을 짊어진 다이버들의 행렬은 식민과 이념전쟁 등 혼란스러운 역사의 반목에 직면했던 베트남의 일반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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