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역사의 격변과 고통
깊은 물 아래에서 다이버들이 새해 행사에 사용되는 용 인형을 움직이면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카메라는 느리게 움직이면서 다이버들의 움직임과 몸의 표면을 훑듯이 가깝게 포착한다. 공 모양의 철창 속에는 수십개의 공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터지면서 공 내부에 든 염료가 피어오른다. 푸른 물과 붉은 용, 피어오르는 염료가 만들어내는 연무, 다이버들이 내뿜는 기포 등이 어우러지면서 시적이고도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준 응우옌하츠시바는 2001년 이래로 베트남의 복잡한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리서치로 수중 퍼포먼스 비디오를 네 차례 제작했다.
작가는 1968년 대공세가 일어난 해에 베트남의 오랜 지배세력이었던 일본에서 태어났고 이후 많은 베트남 체류자들이 정착한 미국에서 자랐다. 태어날 때부터 디아스포라(diaspora)의 역사를 안고 태어난 그에게 베트남전쟁은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그의 상태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발화를 머뭇거리게 하며 또 다른 역사의 소외를 초래한다. 물 밖을 나가지 못하는 다이버들의 모습은 베트남 역사의 격변과 고통을 상징하면서도 디아스포라의 말할 수 없음과도 연결된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물 한가운데 있었다. 이 작품에서 그 어떤 감정보다 갑갑함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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