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車 빼돌려도 강제집행면탈죄 안돼"

할부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경매에 넘겨진 자신의 자동차를 다른 곳으로 빼돌려 경매를 방해했더라도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원은 할부금융사가 할부금을 덜 낸 채무자의 차량에 대해 신청한 경매는 면탈죄가 적용되는 강제집행 절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제집행면탈은 가압류와 같은 강제집행 절차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려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자동차를 사기 위해 H금융에서 1500만원을 대출받고 60개월 동안 매달 31만원씩 갚는 내용의 자동차할부금융 계약을 맺었다. A씨의 차에 H금융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A씨가 할부금을 제때 갚지 않자 H금융은 2014년 9월 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은 경매절차를 개시해 A씨의 자동차를 집행관에게 인도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집행관이 차를 인수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집 앞 도로에 주차된 자동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숨겼고 검찰은 집행관 업무를 방해한 혐의(강제집행면탈)로 A씨를 기소해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항소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