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 디노스 채프먼 '끔찍한 해부'
파이낸셜뉴스
2016.07.04 16:55
수정 : 2016.07.04 16:55기사원문
인공적인 평화의 공포
파랗게 펼쳐진 채프먼 동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나무와 덤불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세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평화롭지 않습니까.
제이크 & 디노스 채프먼 형제는 첫 주요작품부터 자신들이 만든 일종의 마네킹으로 신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1993년 '전쟁의 참상(Disasters of War)' 연작에서 작가들은 고야의 아쿼틴트(동판화의 일종) 연작에서 표현된 신체의 절단과 훼손의 결과를 그대로 3차원 조각으로 재해석했다. 제이크 & 디노스 채프먼은 고야의 작품에서 보이는 기록의 기능과 작가의 존재를 가리고, 대신 그 자리에 참상의 결과물과 관람자가 함께 공존하는 판타지를 불러들였다.
인간의 신체는 항상 사회담론의 기준이 되어왔다. 고정된 신체의 변형과 발전의 과정에 따라 사회의식과 담론의 기준점들은 이동해왔다. 그러므로 항상 담론은 인간의 물리적 변화에 뒤처진다. 성형수술, 유전자 조작, 복제 확산 등 신체를 둘러싼 과학적 성취의 급속한 변화는 도덕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기준점들의 뒤처진 속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어쩌면 기준점들을 교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새로운 신체들이 뛰노는 인공적인 파란 하늘과 푸른 덤불이 만들어내는 평화로움은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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