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웨이'.. 미래를 만들었다
파이낸셜뉴스
2016.07.04 18:26
수정 : 2016.07.04 21:53기사원문
저성장 극복한 일본기업의 저력.. 위기에도 한우물 판 도요타<br />'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신념<br />저성장 터널에도 기본에 충실.. 명품차 만들기 끝없는 도전<br />1997년 세계 첫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내놓으며 시장 선도<br />자동차 한물 갔다던 인재들 "도요타에 미래 있다" 몰려들어<br />지금은 수소차·AI차에 올인.. 미래 성장동력 꾸준히 발굴<br />
【 나고야(일본)=이정은 기자】 지난달 찾은 일본 나고야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 붉은 벽돌로 지은 웅장한 건물은 옛 도요타방직 본사 공장을 활용한 것으로, 과거의 창업이념을 잊지 않겠다는 듯 굳건히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회전 원운동을 통해 옷감을 짰던 '환상직기', 쇠가 아니라 나무를 깎아 만든 자동차 차체 등 과거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도요타 창업주인 도요다 사키치와 그의 아들 도요다 기이치로가 어떻게 방직공장에서 자동차 제조로 방향을 틀어 사업을 일으켜왔는지 그 열정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흔히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오랜 저성장기(1991~2011년)에도 도요타는 제자리를 잘 지켜왔다. 이 기간 닛산은 르노에 팔렸고, 산요는 도산했으며 휘청거리던 샤프는 결국 지난 3월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인수됐다.
도요타가 저성장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시간이 흘러도 '더 나은 차를 만든다'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자세는 도요타의 글로벌 비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 만들기) 정신의 차 만들기를 통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일본 기업들은 호황기에 주력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발을 내디뎠다가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호세이대학 경영학부 김용도 교수는 "처음의 창업정신을 이어 왔느냐에서 차이가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도요타와 달리 소니는 호황기에 주력분야였던 가전제품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금융, 소프트웨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저성장기를 맞아 침체에 빠졌다. 김 교수는 "도요타의 1990년대 성적은 그렇게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변동성이 크지도 않았다"며 "자신들만의 방식, 즉 도요타 웨이(Toyota Way)를 관철시켰다는 게 다른 기업과의 중요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해외진출에 나선 점도 도요타가 저성장기를 잘 버틸 수 있던 힘이 됐다. 내수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해외에서 길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히로시 하시모토 홍보부 총괄부장은 "도요타에 입사했던 1988년만 해도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세웠던 누미(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공장과 캠리를 생산하던 켄터키 공장 정도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일본차 수입을 둘러싸고 통상마찰이 생기면서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본격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체기에 돌입하면서 일본 내수 판매량이 떨어졌지만 글로벌 생산량은 오히려 늘게 됐다"며 "결국 해외 현지 생산 타이밍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도 도요타가 지금껏 시장을 선도하는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경쟁사보다 더 빨리 미래기술을 선점했다는 것이다. 이 차는 1997년 일본에서 출시한 이후 같은 해 12월 미국 올랜도 전기차쇼에서 세계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곧이어 1998년 초 미국 16개 도시를 순회하는 행사를 통해 미국 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히로시 부장은 "당시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프리우스가 출시되자 도요타에 입사하길 원했다"며 "그때만 해도 졸업생들은 자동차산업이 '한물갔다'고 생각했는데 프리우스 출시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우스는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판매 373만대를 돌파, 세계 최다 판매 하이브리드 모델로 등극했다. 프리우스 효과에 힘입어 일본 내 하이브리드 모델도 지난 1998년 4개 차종에서 올해 60차종 이상으로 늘었다. 끊임없는 원가절감도 한몫했다. 전략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나서는 한편 이를 위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여러 모델을 동시에 생산하는 혼류생산방식을 도입했다. 또 JIT(Just in Time·적기공급)라고 하는 도요타 생산방식 등도 잘 알려져 있다.
■미래 성장동력…수소차, AI
한편 도요타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2015년 4월~2016년 3월) 도요타의 최종 순익은 엔화약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6.4% 늘어난 2조3126억엔(약 24조87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올해는 엔화강세로 또 다른 최고치를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더 이상 실적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지난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가 교훈이 됐다. 당시 미국에 출시된 차량 일부에서 가속페달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230만대가 리콜됐다.
도요타자동차 신흥국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스기노하라 가쓰츠유키 부장은 "리콜사태 이전까지 너무 급속하게 판매대수가 늘었다"며 "대수가 급격히 늘면서 인재(人災)에 대한 대비가 더뎌졌고, 그것이 고객에게 불신을 일으킨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이 교훈이 돼 판매대수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창업 당시의 모토에 다시 포인트를 두게 됐다"며 "이제 나무의 나이테처럼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나이테경영'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 대신 도요타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친환경차,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찾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 2014년 말 출시한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는 유해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미래'라는 뜻답게 효율성도 뛰어나다. 미라이의 1회 충전시간은 3분으로, 한번 충전하면 650㎞를 주행할 수 있다. 이 차는 올해 4월까지 일본에서 630대, 해외(미국.유럽)에서 260대 등 총 890대가 팔렸다. 현재까지 3000여대가 주문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도요타는 장기적으로 AI를 활용한 새로운 차를 구상 중이다.
도요타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TRI(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열고, 자율주행차와 AI 연구에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로는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소 핵심 인력인 질 프랫 박사를 영입한 바 있다. 히로시 부장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AI에 관심이 많다"며 "이와 관련한 차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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