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 '정치 불안' 伊, EU의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파이낸셜뉴스       2016.07.05 17:51   수정 : 2016.07.05 17:51기사원문
伊은행, 부실채권 비중 약 17%.. 美의 10배
렌치 총리, 개헌 국민투표에 총리직 걸어
사임땐 유럽 전역, 금융 변동성 커질 듯



이탈리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EU 체제를 위협할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렉시트로 금융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이탈리아 금융권이 붕괴위기에 몰린데다 현 정권이 오는 10월 국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정치적 혼란 역시 극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등 외신들은 4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은행 구제금융을 놓고 EU와 다투는 동시에 국민투표를 통해 정권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EU 경제를 이끄는 이탈리아가 혼란에 빠진다면 그 영향이 EU 전체에 퍼질 수밖에 없다.

■EU 규정 어겨도 은행 살려야

우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탈리아 은행들이다. 현재 이탈리아 은행들의 대출가운데 부실채권 비중은 약 17%로 미국의 10배 가까운 규모다.

이탈리아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에도 5%에 불과했다. 액수로는 이미 3600억유로(약 463조4820억원)를 넘어 8년여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권 관계자를 인용해 이탈리아 은행들이 2008년 위기 당시 나중에 경기가 나아지면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에 채권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정 또한 느슨해 무분별한 대출을 부추겼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이미 부실채권 액면가액의 44%를 상각한 상태지만 투자자들은 해당 채권들의 실질 가치를 액면가 대비 20~25% 수준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미래가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EU 은행들 전반에 실적악화가 예상되면서 더욱 어두워졌다고 분석했다.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브렉시트 이후 17% 떨어져 올해들어 30% 가까이 추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 주가는 브렉시트 이후 3분의 2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들의 자본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약 4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나 EU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친 상태다. 역내 단일은행감독체계를 추구하는 EU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우선 은행과 주주, 채권자 등이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일방적으로 EU의 규제를 우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나 이탈리아 총리실은 이를 부인했다.

■정권 바뀌면 EU 탈퇴 가속화

정치적 불안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에서 진다면 총리직을 내놓겠다고 장담했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재정권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하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후 양원제가 입법을 미루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에 중도좌파성향의 집권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상원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추가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의 내용은 315명의 상원의원 숫자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과 급여를 박탈해 명예직으로 바꾸는 것으로 사실상 양원제 폐지에 가깝다. 렌치 총리는 정치적 비용을 줄이고 각종 절차를 간소하게 줄여 사회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전 총리는 이달 CNBC와 인터뷰에서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쓸데없이 총리직을 걸었다"며 국민투표가 일종의 "도박"이라고 말했다.


미 씨티그룹의 티나 포덤 글로벌 정치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전문가 5인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국민투표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 정치판을 뒤흔들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렌치 총리의 사임으로 이탈리아 국내 정치가 불안해지고 유럽 전역의 금융 변동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차기 정부는 렌치 총리 외에 마땅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신생 야당인 '오성운동(M5S)'에 넘어갈 확률이 크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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