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막은 내리고'

파이낸셜뉴스       2016.07.07 17:08   수정 : 2016.07.07 17:08기사원문
이국적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고독



천경자 화백(1924~2015)은 동양화의 전통적 패러다임으로부터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자신의 삶과 꿈, 환상, 동경의 세계를 독특한 색채로 표현해 채색화 부문에서 독자적 작품을 보여준 한국 화단의 대표적 인물이다.

1969년 남태평양 타히티섬, 고갱의 섬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낯선 이국 땅 사람과의 만남과 그들의 문화는 그에게 탁월한 소재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1980년대 작품은 해외 스케치 여행 중에 만난 이국 여인의 모습을 주로 담고 있는데, 우리는 현실 너머의 세계에서 온 듯한 초월적인 느낌과 함께 꽃을 안고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에게서 작가가 투영한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의 아름다운 여인과 꽃들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적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작가의 자화상이자 이상적 여성상을 표현해내고 있다.


천 화백이 지닌 예술적 독창성은 이렇듯 그 대담한 장식성과 서정적 주제의 함축에서 찾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느낀 크고 작은 섬세한 감정을 화폭에 담고, 자신의 삶 자체를 형상화한 까닭에 그녀의 화려한 그림 앞에서 보는 이들은 오히려 인생의 본질적 외로움이나 번민하는 인간상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을 영위한 여성들과 그들에 대한 기억, 연상, 상상, 환상을 가시적 형상세계로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며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열망과 희망 그리고 꿈을 작품에 담으려는 작가의 노력인 것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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