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칭 '부분적으로 결합했다가 취소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2016.08.08 17:15   수정 : 2016.08.08 17:15기사원문
'틀린그림찾기' 본능 발동 순간에 소통



13억 인구의 관심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까.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은 중국의 전자제품을 바라보는 부러움과 놀라움, 그리고 시샘이 담긴 당혹스러운 감정을 내포한다. 그저 크나큰 시장을 발판 삼아 물량을 앞세운 복제만을 일삼던 이들이 어느덧 앞선 기술력을 탑재하고 저 멀리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 '미술'은 어떨까. 한동안 중국 작가가 다른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면 한 점이 두 점이 되어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엄청난 '따라쟁이'들 때문에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횡행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하에서 학습한 리얼리즘의 전통과 그것보다 더 오랜 중국화의 전통이라는 큰 물줄기에서 단련한 젊은 작가들의 회화는 국제 미술계에서 새로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존 회화의 문법을 답습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끌어안는 열린 태도로 중국 동시대 사회를 반영하는 독특한 시각적인 경험을 구현하고자 한다.

리칭은 1981년 중국 저장성 출신으로 현재 상하이와 항저우 지역에서 작업하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틀린그림찾기' '부분적으로 결합했다가 취소한 이미지' 연작으로 '지적인 회화'라 불리는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두 점의 '부분적으로 결합했다가 취소한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다른 장소에서 열린 전혀 다른 두 번의 전시 오프닝 장면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양쪽 작품의 한 인물의 얼굴이 뭉개져 있다. 데칼코마니를 제작하듯 물감이 채 완전히 마르기 전에 두 회화의 표면을 겹쳤다가 떼어낸 결과, 두 작품은 색과 형태가 서로 섞이고 각각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색과 형태는 뭉개졌다.

작가는 미술계에서 늘 열리는 '전시 오프닝'이라는 행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인사말과 부딪히는 술잔들, 기념사진 등이 빠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구태의연한 사회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작가와 방문객의 위상은 고정적이지 않다. 유사함은 매우 상대적인 가치다. 구성원들은 유사함 속에서 차이를 구별하며, 사회가 가진 본질적 유사함은 유지된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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